"[진도 여객선 침몰] 어처구니 없는 대규모 실종… "대피하지 말라" 안내방송은 왜?"

"[진도 여객선 침몰] 어처구니 없는 대규모 실종… "대피하지 말라" 안내방송은 왜?"

기사승인 2014-04-16 21:28:00
[쿠키 사회] 사고 장소도 육지와 가까웠고,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들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많은 실종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구조된 승객들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미숙한 사고 대처, 갑자기 기울어진 선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명 장치 등이 복합적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움직이지 마라”는 안내방송=사고 직후 배가 갑자기 기울면서 아래층인 3,4층에 있던 승객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3층에는 오락실 매점 식당 등이 있고, 4층은 학생들 선실이 있었다. 탈출한 유모(57)씨는 “물이 빠르게 차올랐다”며 “아래층에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에 잠긴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로 20~30분 만에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아래층에 있던 승객들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대피하지 말고 가만히 대기하라”는 승무원들의 안내방송이 피해를 키웠다는 증언들이 나온다. 유씨는 “대피하지 말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방송에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다”며 “왜 즉각 대피 안내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생존자 전모(16)양도 “아침을 먹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가만히 있어라’는 방송이 나와 대다수가 지시를 따랐다”고 사고 당시를 전했다. 경찰은 이러한 대처가 선장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등 정확한 대피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배가 60도 이상 급격히 기울면서 바깥으로 대피하지 못한 점도 희생자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부상을 입고 치료중인 승객 강모씨는 “배가 갑자기 기울면서 3층까지 순식간에 물이 찼다”고 전했다. 물에 잠기기 시작한 곳에 있던 승객들은 수직에 가깝게 기울어진 경사를 올라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피 매뉴얼 제대로 작동됐나=전문가들은 긴급 상황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세월호 선미 일부를 제외하고는 배 전체가 바다에 잠겼음에도 구명벌(둥근 형태의 구조용 보트)은 1개밖에 펴지지 않았다. 세월호에는 승객 정원 모두를 태울 수 있는 구명벌이 갖춰져 있었다. 배 전체가 물에 잠길 정도의 사고에는 구명벌이 모두 펴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구명벌이 펴지지 않아 승객 대부분은 바다에 직접 뛰어내리거나 배 끝 부분에 매달려 구조선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켰어야 할 선원들도 사고에 우왕좌왕했다는 정황들도 나온다. 선원 김모(61)씨는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오는 데 바빠 다른 사람들이 구조됐는지 신경쓸 틈도,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겨를도 없었다”고 말했다.

배가 침수되면서 전력이 끊어진 것도 대피를 어렵게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급속히 수면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암흑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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