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한 도발에는 강력대응 거듭 경고=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6일에도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 연설을 통해 북한을 거론하며 “우리는 동맹국들과 우리의 삶을 수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38선은 이제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자라나는 민주주의 체제와 국민을 굶기는 ‘왕따 국가(pariah state)’ 사이의 대조가 존재하는 곳”이라며 “이것은 북한이 가장 위험한 무기들을 선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미 정상은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령부도 함께 방문했다. 양국 정상이 한·미연합사를 함께 방문한 것은 1978년 연합사 창설 이후 처음이다. 추가 핵실험을 운운하는 북한에 강력한 연합 방위력을 과시해 북한 지도부가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압박하기 위한 행보다. 두 정상은 연합사령관인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연합방위태세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강력한 억제력을 계속 유지해주시기 바란다”며 영어로 “We go together(우리는 함께 간다)”라고 격려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방명록에 “우리는 함께 간다. 동맹은 결코 깨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초점은 단연 북핵 문제에 맞춰졌다. ‘북한의 도발에 당근(유화책)은 없다’는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전날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추가도발 시 우리(한·미)는 추가적인 압력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용산 미군기지 연설을 마지막으로 1박2일의 공식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순방국인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미국 ‘압박·제재’ 중심 대북기조 유지=미국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 ‘압박과 제재’ 위주의 현 대북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고위급 대북정책 회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회의에선 북한이 과거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려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 속에서 현행 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 시 이를 막기 위해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대다수 참석자들은 북한이 기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한 현 대북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후문이다.
◇북한, ‘한·미정상회담은 선전포고’ 원색 비난=북측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맹렬히 비난했다. 정상회담에 대한 북측의 공식 반응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조평통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이) 북남화해에 기초한 평화통일이냐, 체제대결에 의한 전쟁이냐 하는 우리의 물음에 ‘전쟁’으로 대답했다”며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 북남관계에서 무엇도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선 ‘북남 전면대결을 선언한 선전포고’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될 것’ 등 자극적인 문구를 써가며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도 “미국과는 오직 힘으로만 맞서야 하며 전면 핵 대결전에 의한 최후의 결산 밖에 없다는 우리 판단과 각오가 백번 옳았다는 결심을 더욱 확고히 해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