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세월호 침몰 사고 분향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위로를 나눴다가 ‘동원 의혹’을 샀던 일명 ‘박근혜 할머니’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모르는 분”이라며 적극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은 좀처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박 대통령이 조문한 시간이 일반인 조문객은 없는 시간대였고, 할머니가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따라다니는데도 경호원들이 이를 막지 않은 점을 수상하게 보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왜 유족이 아닌 일반인과 단독으로 위로를 나눴는지도 의심하고 있다. 할머니 측과 청와대의 해명이 미묘하게 다른 점도 논란거리다.
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박근혜 할머니, 그래도 이 점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글이 나돌았다.
글은 우선 할머니의 분향소 안 동선이 이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할머니는 박 대통령이 지나가길 잠시 기다렸다가 대통령이 자신의 앞을 지나가자 바로 뒤를 따라 걸어간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 사고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했다. 박 대통령은 조문한 직후 할머니와 위로를 나눴고 국내 언론들은 할머니를 유족으로 여기고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다.
그러나 세월호 실종 학생의 유족이자 유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유경근씨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할머니에 대해) 어느 분인가 하고 수소문을 해 봤는데 아는 분이 없다”며 “도대체 어느 분하고 한 건지 이것도 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면서 ‘연출 의혹’이 불거졌다.
할머니는 논란이 일자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화랑유원지 근처에 사는 74세 주민이라고 소개하고 “평소 자주 운동 다니는 화랑유원지에 분향소가 설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을 하러 갔을 뿐”이라며 “처음 출구를 잘못 찾았다가 다른 출구 쪽에 사람들이 들어가기에 따라 들어갔다가 박 대통령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할머니의 아들은 이날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합동분향소에 일찍 가셔서 좀 일찍 분양하신 것일 뿐이다. 어머니는 앞에서 분양하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인 줄은 몰랐고, (박근혜 대통령이) 뒤를 돌아보며 악수를 청해 악수를 하게 된 것 뿐”이라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그러나 동영상을 보면 할머니가 박 대통령을 분명히 의식하면서 뒤를 따라 가는 것 같은데 정작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가 대통령인 줄 몰랐다”고 말한 것은 서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조문한 시간은 29일 오전 9시쯤인데, 일반인 조문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거론하는 의견도 있다.
경호원들이 할머니를 막지 않은 점도 논란거리다. 박 대통령이 분향소를 찾았을 당시 경호원들이 삼엄한 경호를 벌여 유족들로부터 반발을 샀는데 왜 유독 할머니만 대통령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지 않았는지 이상하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 다가섰는지를 두고도 할머니 측과 청와대의 해명이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가 앞에서 분향하던 분이 대통령인 줄도 몰랐다. (박 대통령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악수를 청해 악수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30일 “유가족 일반인 조문객이 섞여 있었고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그 중 한 분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 측은 대통령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고 했고 청와대는 할머니가 다가와 인사를 했다고 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글을 돌려 보며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력에 분노하고 있다”며 “이런 사소한 문제까지 조작 의혹이 나올 정도로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증거 아니겠느냐”고 혀를 차고 있다.
김상기 조현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