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되면 뭐하나… 납치 여학생 구출 못하는 '무능' 나이지리아 정부

경제대국되면 뭐하나… 납치 여학생 구출 못하는 '무능' 나이지리아 정부

기사승인 2014-05-07 23:34:00
[쿠키 지구촌] 나이지리아에서 지난달 여학생 276명이 대량 납치된 데 이어 지난 4일(현지시간)에도 8~11명의 여학생이 추가 납치됐다고 현지 정부 관계자가 6일 밝혔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추가 납치는 첫 납치가 있었던 보르노주 치복시(市)와 인접한 와라베와 왈라에서 발생했으며 괴한들은 두 대의 트럭을 몰고 마을에 들이닥쳐 가축과 식량까지 약탈해간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은 나이지리아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인 ‘보코하람’으로 추정된다.

보코하람의 최고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전날 외부 배포 영상에서 지난달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다고 시인한 뒤 이들을 노예로 팔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며 더 많은 여학생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했다.


학교에 있어야 할 10대 소녀 수백 명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는 점, 정부가 나서 여태껏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점에서 한국의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이고, 그곳에서도 똑같이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붉은색 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수도 아부자에서 ‘정부가 소녀들을 구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며 “추가 납치가 발생한 것은 나이지리아 정부의 무능력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보코하람의 끔찍한 범죄 사실에 전 세계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가슴이 미어질듯하고 정말 충격적”이라며 “여학생을 구출하기 위한 모든 방편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납치 전문 협상단과 심리학자, 군대, 법률자문가 등을 보내주겠다고 나이지리아에 제안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에게 여학생을 무사히 구출하고 아동 권리를 보호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촉구했다. 유니세프도 우려 성명을 냈다.

보코하람은 기독교와 세속주의에 대한 반대 기치를 내걸고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5년 전에는 주로 서구식 교육을 하는 학교를 타깃으로 삼았으며 여학생에 대해서는 경고를 준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근래 들어 납치해 주변 국가에 노예로 내다파는 등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NYT는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 최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정부는 보코하람의 무자비한 대량 살상에 사실상 손놓고 있었다”며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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