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기획] ‘민간잠수사 혼란’ 왜?… “교통사고 레커차 시스템”

[세월호 침몰 참사-기획] ‘민간잠수사 혼란’ 왜?… “교통사고 레커차 시스템”

기사승인 2014-05-17 00:20:00
[쿠키 사회] 민간 잠수사들을 둘러싼 잡음은 세월호 수색·구조 작업에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했다.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 특혜 논란부터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까지 다양한 논란을 촉발시킨 출발점이었다. 이는 평소 사고 현장 난이도별로 동원 가능한 민간 잠수사에 대한 관리 체계가 허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난사고에서 민간 잠수사 투입은 교통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레커차가 견인 권한을 갖는 것과 비슷하게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왔다.

◇속도경쟁이 불러온 혼란, 독점계약에 반발=세월호 참사 직후 전국의 민간 잠수사들은 대부분 개인 자격으로 현장 주위에 모여들었다. 순수 자원봉사자도 있지만 흔히 ‘산업잠수사’라 불리는 프리랜서형 잠수사가 많았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해 구조·구난작업이 시작되면 구난업체와 단기계약을 맺고 작업에 참여하는 식이다. 이렇다보니 세월호 사고 현장에도 민간 잠수사가 대거 몰린 것이다.

통상 해양사고 발생 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업체가 구조·구난 작업을 도맡는 관행도 혼란을 부추겼다. 당시 전남 진도에는 많은 민간 잠수사들이 최초 도착 업체와 고용계약을 맺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익숙한 ‘선착순’ 방식 대신 참사 이튿날에야 전남 진도에 도착한 언딘의 독점 계약 소식이 알려지면서 민간 잠수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들 중에는 언딘과 계약해 작업에 참여한 잠수사도 있지만 그냥 발길을 돌린 경우가 더 많았다.

당시 현장을 지켜봤던 군 소속 해난구조 전문가는 16일 “민간 잠수사 중에도 제대로 훈련받은 인력이 있긴 하다. 그런 분들은 우리가 활용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그럴 땐 현장 진입을 막아야 하는데 잡음이 일어 무척 난감했다”고 덧붙였다.

◇비상 상황에서 인력 충원 연락망 없어=소방방재청이 총괄하는 육상 사고와 달리 해양사고는 수습작업에 투입할 인력을 관리하는 대표 조직이 없었다. 구난업체 하나가 감당할 수 없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력 있는 잠수사들을 동원할 수 있는 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뒤늦게 대형 참사라고 판단한 해경이 몇몇 구난업체에 자문을 청하고 협조를 구한다며 연락했지만 호응하는 업체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서도 나와 있던 업체 소속 잠수사들은 언딘이 독점계약업체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구난업체 관계자는 “언딘 측에서 작업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잠수부들을 보내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통상 다른 회사가 구조·구난 업체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더 이상 사고에 관심을 두거나 적극 참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자 현장에 온 민간 잠수부들을 주먹구구식으로 섭외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18일 세월호 선체가 모두 물에 잠기면서 선박의 위치를 알려주는 ‘부이’ 설치 작업이 진행됐다. 1차로 부이 2개를 설치하고 돌아온 민간 잠수사가 해경 경비정에 타고 있던 다른 민간 잠수사들을 대상으로 2차 작업 인원을 뽑는 촌극도 벌어졌다고 한다.

정상만 한국방재학회장은 “방재는 예방·대비·대응·수습 4단계로 구분되는데 예방 단계가 특히 잘 안 되고 있다”며 “구조·구난 난이도에 따라 투입할 잠수사들을 평소에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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