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친서방-친러 조정 임무 맡은 대통령은 ‘초콜릿의 왕’

우크라이나 친서방-친러 조정 임무 맡은 대통령은 ‘초콜릿의 왕’

기사승인 2014-05-27 01:36:00
[쿠키 지구촌] 신(新)냉전시대로 치닫고 있는 서방국과 러시아 간 갈등을 풀어야할 막중한 임무가 우크라이나 ‘초콜릿 왕’의 손에 달리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재벌 출신 무소속 후보 페트로 포로셴코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여론조사기관 3곳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 포로셴코는 55.9%의 득표율로 12.9%를 얻은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를 크게 따돌렸다. 4개 TV방송사 공동 출구조사에서도 포로셴코는 과반을 득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포로셴코를 당선시킨 것은 서방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수습할 조정자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초콜릿 회사를 운영하는 포로셴코는 개인재산 13억 달러(약 1조3330억원)의 갑부다. 기업인 출신이지만 개혁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 시절에는 외무장관(2009·2010년)으로, 유셴코 대통령의 정적이자 지난 2월 실각한 뒤 러시아로 도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집권 때는 경제개발·통상장관(2012년)으로 일했다. 친(親)유럽, 친(親)러시아 정부 양쪽 모두 경험했기에 중립적인 입장에서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포로셴코는 일단 ‘친유럽’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는 출구조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85%의 국민이 우크라이나의 유럽화를 지지했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국가통합과 유럽화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혼란 사태는 지난해 11월 당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을 중단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탄핵됐고, 우크라이나는 ‘친유럽(서부)-친러시아(동부)’ 진영으로 분열됐다. 혼란의 틈을 타 러시아는 크림자치공화국을 점령했다.

포로셴코는 자신을 찍어준 지지자에 우선적으로 화답했지만, 동부 지역에 대한 포용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취임하면 첫 방문지로 보름 전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 선언을 한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속히 전쟁과 무질서, 혼란을 끝내고 하나 된 우크라이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이웃이며 러시아 참여 없이 우리 지역 안보를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적합한 대화 형식을 찾을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나겠다”고 했다. 그에게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을 가져다 준 제과회사 ‘로셴’ 제품의 절반 정도는 러시아로 수출되기도 한다.

푸틴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러시아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이 참정권을 무산시키려 했지만 용기 있는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했다”며 “미국은 신임 대통령과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포로셴코의 당선을 환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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