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뿔난 앵그리맘 효과, 현실선 시들시들… 정권심판론에 막판 보수층 대결집

세월호에 뿔난 앵그리맘 효과, 현실선 시들시들… 정권심판론에 막판 보수층 대결집

기사승인 2014-06-05 04:21:54

[쿠키 정치] 6·4지방선거에서 여야는 7개 광역시·도지사 선거에서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야당 지지층이 먼저 결집했고, 이후 동정론에 반응한 여당 지지층이 막판에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팽팽한 구도를 형성한 것으로 미뤄볼 때 세대간 표 대결 양상도 재현됐다는 분석이다.

◇세월호 심판론과 보수표 충돌=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서울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누른 것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권심판론 영향이 컸다. 박 후보는 최종 결과에서 정 후보를 여유롭게 이겼지만 세월호 참사 전까지만 해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야권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4월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45.7%를 얻어 정 후보(47.4%)에게 뒤졌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정 후보와 격차를 벌였고, 선거 당일 개표 초반부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51.8%)와 야권단일후보인 무소속 오거돈(48.2%)가 접전을 보인 것 역시 세월호 심판론의 결과물이다.

반면 지난 달 중순까지만 해도 여권이 무기력하게 패할 것으로 예상된 인천·충북·충남·강원 등에서 여야가 초박빙 구도를 형성한 점은 보수층이 결집했음을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여당에 실망해 여론조사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숨은 보수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흘린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자칫하다가는 수도권 싹쓸이 패배 등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결집의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지도부도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결집도가 낮다는 점을 들어 보수층의 막판 결집 가능성을 주목했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여권 우위의 구도를 여야 경쟁 구도로 만들었다”며 “그러나 투표 당일에는 지난 18대 대선과정에서 확인된 고령층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통진당 사퇴 효과와 앵그리맘 영향은=새누리당은 보수층이 결집하는데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사퇴가 영향을 줬다는 판단이다. 새정치연합과 통합진보당은 2010년 지방선거와 달리 이번에 공식적으로 야권단일화를 하지 않았다.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지하혁명조직(RO) 사건’이 터진 뒤 연대를 끊었다. 그러나 선거 막판 통진당 후보들이 경기 부산 울산 등에서 자발적으로 사퇴하는 ‘이심전심 단일화’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출구조사 직후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새누리당이) 상승하는 분위기였는데 통합진보당 사퇴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분노한 40대 앵그리맘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경우 기존 여론조사나 출구조사 등에서 40대 여성층은 박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경기와 인천 등에서는 앵그리맘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자녀를 둔 40대 여성층이 세월호 이슈에 민감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지만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다만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본 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은 (성적이) 대부분 좋다”며 “국민들이 사람 중심 사회를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민심=세월호 참사 속에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먼저 야당 표가 움직였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지난 3월 2일 신당을 창당하면서 야권의 표심에 불을 붙였다. 서울시장에 나서는 박 후보의 존재감도 컸다. 그러나 반짝 효과였다. 기초무공천 논란, 두 세력 간 충돌 및 공천 갈등이 이어지면서 신당의 지지율이 빠졌다.


이 틈을 비집고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중진 차출’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줄곧 앞서던 박 후보가 뒤지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KBS와 미디어리서치의 4월 14일 조사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는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를 10% 포인트 이상 앞섰고, 인천에서는 유정복 후보가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를 0.6% 포인트 차라 따라붙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정권 심판론이 일면서 야당 표가 급속히 결집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7~28일 실시된 국민일보·글로벌리서치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정 후보를 10% 포인트 이상 따돌리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남 후보가 김 후보를 5.4% 포인트,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송 후보가 유 후보를 5.1% 포인트가 각각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층은 투표율이 다가올수록 하루가 다르게 결집했고, 투표 당일 곳곳에서 응집력을 발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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