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룡은 나쁜 암행어사”… 판소리와 독설이 만난다

“이몽룡은 나쁜 암행어사”… 판소리와 독설이 만난다

기사승인 2014-06-09 17:53:55
판소리가 독설과 만난다. 판소리 명창이 눈대목(판소리 중 가장 인기 있는 노래)을 부르면, 문학가들이 이를 풀어내는 ‘득음지설(得音知說)’ 공연이 오는 23일부터 닷새 연속 매일 저녁 8시 서울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다. 5000원의 저렴한 입장료로 판소리에 입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9일 서울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열린 ‘득음지설’ 간담회에서는 판소리를 두고 색다른 의견이 이어졌다. 심청가의 해설을 맡은 경기대 국문과 이정원 교수는 “심청이 부당한 거래의 희생자”라고 쏘아붙였다.

“눈 먼 아버지를 위해 네가 죽어야만 효녀라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사실 심청가를 들어보면 심청은 아버지가 눈을 뜰거라고 믿지를 않았다. 그런데 왜 죽었을까.”

평생 판소리를 불러온 박송희 명창은 한술 더 떴다.

“춘향이나 심청이나 아마 다 죽어버리지 않았을까. 하도 딱하니까 사람들이 이야기 속에서 살려냈을 것이다. 춘향 이야기를 쓴 사람이 당대에 밝혀졌다면 양반을 능욕했다는 이유로 맞아 죽지 않았겠나. 그러니 작자 미상으로 남아있는게지.”

박 명창은 제자들과 함께 24일 저녁 흥보가를 부를 예정이다.

춘향전의 해설을 맡은 국문학계의 원로인 김현룡 건국대 명예교수는 “이몽룡과 성춘향이 16살이었는데 그런 연애를 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게다가 19살에 과거에 급제해 바로 암행어사로 내려왔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옛여자친구를 구하는 걸 첫 번째 임무로 삼은 것도 사실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30여년간 건대에서 춘향전을 강의해온 국내 최고의 춘향전 전문가다.

25일 저녁 춘향전을 부를 신영희 명창은 “사실 소릿꾼들이 도연명을 도현명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잘못 부를 때가 있다”며 “그래도 이번에는 잘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하니까 걱정마시라”고 장담했다.

문화재보호재단의 주최로 5년째 이어지는 ‘득음지설’ 공연은 이처럼 판소리 명창과 제자들이 절창을 선보이면, 소리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과 배경을 문학 전공자들이 때로는 원작의 경계를 넘어 독설(讀舌)을 선보이는 판소리 입문 공연이다. 입문이라지만 판소리 다섯 바탕의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모두 출연하는 수준 높은 공연이다. 입장료도 5000원으로 ‘보급용’ 가격이다. 초등학생 이상은 입장이 가능하다.

해설자로 참여하고 있는 소설가 김홍신 건국대 석좌교수는 “매번 좌석이 꽉 차 보조의자를 들여올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며 “올해도 판소리와 한국의 소리를 알고자 하는 이들의 성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첫날인 23일 남해성 명창의 수궁가를 시작으로 24일 박송희 명창의 흥보가, 25일 신영희 명창의 춘향가, 26일 성창순 명창의 심청가, 27일 송순섭 명창의 적벽가 순서로 매일 무대가 펼쳐진다. 수궁가와 흥보가는 김 석좌교수가, 춘향가는 김 명예교수, 심청가는 이 교수, 적벽가는 김기형 고려대 교수가 해설을 맡았다.

자세한 사항은 문화재보호재단 홈페이지(www.chf.or.kr) 참조(02-3011-2161).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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