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주심이 월드컵 첫 경기를 망쳤네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대신 사과드립니다.”
“일본의 수치다. 일본인이 전 세계 웃음거리가 되는구나. 한국 X들이 배꼽잡고 비웃고 있겠지?”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의 주심을 맡은 일본인 니시무라 유이치(42)가 오심 논란에 휩싸이자 일본 네티즌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같은 일본인으로서 부끄럽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데, 일부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심판 매수한 한국과 같은 수준’이라는 식의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10년차 베테랑 국제심판인 니시무라 주심은 13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코리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크로아티아가 맞붙은 월드컵 개막전 주심으로 나섰다.
브라질은 전반 시작 11분 마르셀루가 자책골을 내주며 0-1로 끌려갔지만 네이마르의 2골 활약에 힘입어 3-1 역전승을 거뒀다.
문제는 브라질의 두 번째 골 장면에서 나왔다. 후반 24분 페널티 에어리어에 있던 크로아티아 수비수 데얀 로브렌이 자신을 향해 등을 지고 있던 프레드와 몸싸움을 벌이던 도중 파울을 범했다. 니시무라 주심은 로브렌이 프레드의 팔을 잡아 끌었다고 판단하고 즉각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하지만 경기 영상을 보면 로브렌이 팔을 잡아 끈 것이 아니라 프레드가 손을 뒤로 하고 있다가 혼자 쓰러진다.
니시무라 주심의 휘슬은 그러나 냉혹했다.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심판에 선정됐다는 수식어가 머쓱한 순간이었다. 키커로 나선 네이마르는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2-1을 만들었고, 브라질은 후반 추가시간 오스카의 쐐기골로 3-1 승리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MBC 안정환 해설위원은 “저 정도 몸싸움을 허용하지 않으면 축구라고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우리 네티즌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주려고 작심한 것 같다”며 “브라질의 파울성 짙은 플레이에는 관대하고 크로아티아의 정당한 몸싸움에는 페널티킥을 줬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일본의 인터넷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거대 커뮤니티 2CH(2채널)과 각종 인터넷 뉴스사이트 댓글에서 니시무라 주심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의 수치다. 창피해” “일본으로 오지 말고 K리그나 가라” “아무래도 홈팀에 과잉 충성한 것 같은데” “전세계 축구 축제를 일본인 한 명이 망치는 구나. 웃을 수가 없어”라며 힐난했다. 일부에서는 우리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의식한 듯 “한국 네티즌들이 이제 마음껏 일본을 비웃을 거라고. 반박할 수조차 없다”며 한숨쉬었다.
실제 전 세계 축구팬들은 니시무라 주심을 비판하는 패러디 사진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크로아티아 감독도 니시무라 주심의 판정을 강력 비판했다. 코바치 감독은 경기 직후 자국 TV와의 인터뷰에서 “이게 진짜 월드컵이라면 우리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는 게 낫다”거나 “저게 페널티킥 상황이라면 우리는 이제 축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