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의 저주’가 무적함대에 이어 전차군단까지 무너뜨릴까.
펠레(74·브라질·사진)로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의 우승후보로 지목을 받았던 ‘전차군단’ 독일을 놓고 세계 축구팬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일은 17일 새벽 1시(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리는 대회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포르투갈과 대결한다. 이 경기는 지난 14일 같은 장소에서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5대 1로 격파한 B조 1차전과 지난 15일 마나우스 아레나 아마조니아에서 이탈리아가 잉글랜드를 2대 1로 제압한 D조 1차전에 이어 대회 초반에 성사된 세 번째 ‘빅 매치’다. 북미와 아프리카에서 각각 강호로 군림하는 미국과 가나까지 합류하면서 ‘죽음의 조’를 형성한 G조의 판세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펠레의 예상이 또 한 번 빗나갈지도 관심이다. 펠레는 월드컵의 우승 판세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명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반세기 가까이 거의 모든 월드컵에서 펠레로부터 지목을 받은 국가는 조기탈락하거나 사건에 휘말렸다. 1994 미국월드컵에서는 펠레의 입에 오른 콜롬비아가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총격으로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펠레의 우승 전망이 저주로 불리는 이유다.
펠레는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두 달여 앞둔 지난 4월 4일 미국 뉴욕에서 우승후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독일과 스페인을 지목했다. 이후에도 같은 질문을 수차례 받았지만 독일과 스페인을 빼놓지 않고 우승후보로 거론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첫판에서 네덜란드에 네 골 차로 대패했다. 대회 나흘째인 16일까지 열린 11경기 가운데 가장 많이 실점한 국가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대량 실점한 탓에 16강 진출을 낙관할 수 없는 처지에까지 놓였다.
독일이 포르투갈에 큰 점수차로 패할 경우 펠레의 저주는 또 한 번 적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독일의 경우 미국·가나 등 난적과 싸워야 하는 만큼 칠레·호주와 대결을 앞둔 스페인보다 남은 일정이 험난하다. 포르투갈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우승은커녕 16강 진출 전망까지 혼탁해질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