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근호(29·상주 상무)는 군인입니다. 상병 계급장을 갓 뗀 병장이죠. 2012년 12월 입대한 프로축구 K리그의 국군체육부대 상주 상무에서 복무 중입니다. 전역까지는 3개월가량 남았습니다. 전역일자인 9월 16일 원 소속팀인 울산 현대로 복귀하면 프로선수의 신분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대표팀 동료들이 정장을 입을 때 군복을 입어야 하고, 그라운드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얹는 대신 거수경례를 해야 합니다. 군인이기 때문입니다.
이근호의 연봉과 몸값 등 상업적 가치는 대표팀 안에서는 물론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출전 32개국 선수 736명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이근호의 월급은 14만9000원입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78만8000원이죠. 한때 인터넷에는 월급이 13만4600원이라고 잘못 알려졌지만 이는 상병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근호는 지난 1일 병장으로 진급하면서 월급이 1만4400원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월드컵 최저 연봉자의 설움을 털어낼 수는 없습니다. 포르투갈 대표팀 공격수로, 세계 최고 몸값을 과시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의 주급은 5억원입니다. 호날두에게 일주일에 한 번 지급할 급여로 이근호를 279년 동안 뛰게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군인인 이근호에겐 그렇습니다.
18일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후반 22분 러시아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이근호에게 네티즌들이 열광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근호의 슛을 막았지만 공을 놓치면서 골을 헌납한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28·CSKA 모스크바)는 몸값만 305억원으로 알려진 스타플레이어입니다.
몸값으로는 두 팀 선수들 가운데 최고 수준인 아킨페프에게 좌절을 안긴 월드컵 최저 연봉자 이근호의 일격은 네티즌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번번이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했다가 처음 밟은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비주전의 설움을 극복하고 가장 먼저 골을 넣은 이근호의 재기 과정도 네티즌에게 작지 않은 감동을 안겼습니다.
SNS에는 “월드컵 출전선수 가운데 비용대비 효율은 이근호가 가장 높다” “호날두 같이 아직 골을 넣지 못한 스타플레이어들이 월드컵 득점경쟁에 합류한 이근호의 연봉을 알면 놀라 쓰러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선수의 이름을 알 필요가 없다고 했던 러시아 감독도 월급 15만원을 받는 선수의 이름만큼은 확실히 알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월드컵의 남은 일정에서 이근호의 역할이 얼마나 커질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한 골을 넣었다고 백업전력인 이근호가 주전 공격수 박주영(29·아스날)의 자리를 꿰차기도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골은 연봉과 몸값으로 넣는 게 아니라는 점만큼은 이근호가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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