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간판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근호(29·상주 상무)를 위로했다.
펠라이니는 27일 브라질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우리나라를 1대 0으로 제압한 대회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앉아 좌절한 이근호에게 다가갔다. 이근호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려 일으켜 세운 펠라이니는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손가락으로 상의를 가리키며 말을 걸었고 이근호는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펠라이니가 이근호에게 어떤 말을 건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상의를 가리킨 점으로 볼 때 유니폼 교환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은 경기를 마칠 때마다 친선의 의미에서 유니폼을 교환한다.
이근호는 월급 14만9000원을 받는 군인이고, 펠라이니는 이적료만 470억원으로 전해진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플레이어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호각이 울리는 순간 그라운드에서는 3전 전승으로 H조 1위를 차지한 벨기에와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놓친 우리나라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명성과 몸값을 가리지 않은 이근호와 펠라이니의 동료의식은 빛을 발했다.
한편 벨기에 선수들은 왼쪽 가슴 부분의 협회 문장 위에 태극기와 자국의 국기를 나란히 새긴 유니폼 상의를 입고 출전해 우리 축구팬의 주목을 끌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