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말입니다. 당신의 어린 아들이 다 큰 이웃집 사내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면. 당신은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만약에 저라면 우선 가해 사내를 내 아들에게서 떼어놓겠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폭력을 휘두를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말이죠. 근데 저에게 죽도록 맞은 사내가 의식을 잃고 큰 상처를 입었다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정당방위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까요? 아니면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요?
아빠라서 아빠처럼 행동했지만, 아마 형사처벌을 걱정해야 했을 것 같네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18일 플로리다 데이토나 비치의 한 주택에서 말이죠. 그런데 정당방위에 대한 미국 경찰의 판단을 놓고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한 번 보시죠.
22일 AP통신과 데일리메일 등 보도에 따르면 35살 아빠 A씨는 지난 18일 새벽 음식을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가 집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11살 난 아들 B군 방에서 새어나오는 소리였습니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보니 이웃집에 사는 레이몬드 프롤랜더라는 18살짜리 사내가 아들을 성폭행하고 있었습니다.
A씨는 즉각 행동했습니다. 주먹과 발로 프롤랜더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프롤랜더가 의식을 잃자 A씨는 그제야 데이토나 비치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앰뷸런스도 함께 보내주세요. 이 녀석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프롤랜더는 경찰에서 3년간이나 B군을 성폭행해왔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B군과 비디오 게임을 했고, 다른 아이들이 떠나고 둘만 남으면 못된 짓을 해왔다고 하네요.
데이토나 비치의 마이트 치트우드 서장은 “18살짜리가 수년 간 어린아이를 타겟 삼아 수 차례 성폭행을 했습니다. 11살 짜리 아이는 밖에서 뛰어 놀거나 비디오 게임하면서 지내야죠.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해선 안됩니다”고 말했습니다. 정당방위라는 거죠.
물론 A씨는 경찰에 프롤랜더를 때려 눕혔다고 알렸습니다.
“전 그냥 이 다 큰 녀석에게 다가가서 묵사발을 만들어 놨습니다. 무기요? 그냥 제 발과 주먹입니다. 지금 뻗어 있어서 거실로 옮겨놨는데요. 네 의식불명입니다. 제가 좀 세게 때렸습니다.”
A씨가 아무런 혐의도 받지 않았다는 소식에 전 세계 네티즌들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네티즌들은 “와, 무혐의! 아마 영국이라면 저 변태(B군)는 멋진 아버지에게 미치도록 높은 보상을 요구했을 걸?”라거나 “영국의 경찰과 판사, 정치인들이여, 이 사건을 주목해 주십시오”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또 일본 네티즌들도 미국의 화끈한 정당방위 적용에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진짜 아빠 노릇한 아빠라고. 근데 일본이라면 당장 철창행일 걸?”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형사사건 피의자의 인권만 존중해주고 피해자들의 아픔이나 대중의 알권리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 말이죠. 수십명을 해친 연쇄살인마라도 얼굴은커녕 수갑을 찬 사진조차 공개하길 꺼리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