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 사돈의 죽음보다 뉴스를 선택한 김성준 앵커

“은비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 사돈의 죽음보다 뉴스를 선택한 김성준 앵커

기사승인 2014-09-03 21:47:55
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DB

김성준(50) SBS 8시 뉴스 앵커가 사돈 관계인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멤버 고은비(22)의 죽음을 애도했다. 고은비의 사망으로 이어진 교통사고는 정미선(33) 아나운서가 대신 전했다.

김 앵커는 3일 오후 4시쯤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적었다. SBS 8시 뉴스 방송 시작을 4시간여 앞두고 작성한 글이었다. “이른 새벽에 눈을 떠 습관대로 스마트폰 뉴스 앱을 열어봤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는 말로 운을 뗀 김 앵커는 “비보를 듣고 관련 기사를 읽어 보니 은비의 별명이 ‘은비타민’ ‘무공해 미소’ ‘팬 바보’ 등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착하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김 앵커는 “8시 뉴스에서도 사고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며 “꿈을 펼치려던 순간에 엉뚱한 사고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고은비가 김 앵커와 사돈 관계라는 사실은 레이디스코드로 데뷔할 당시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김 앵커는 이를 언급하며 “당시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은비양과 잘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 사돈 댁 어린 학생 정도였다”며 “은비양이 ‘커서 방송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여중생이었을 때 은비양의 이모인 제수씨를 통해 소개받았다. 방송에 대해 궁금한 점을 알려주고 격려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김 앵커는 그동안 레이디스코드가 방송에 나올 때마다 ‘이 친구 잘하고 있나’라며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했다. 꿈을 성취하는 모습이 김 앵커의 눈에는 대견했다. 김 앵커는 “주변 사람들에게 ‘레이디스코드의 은비가 나와 아는 사이야’라고 자랑도 하고 다녔다”고 했다.

레이디스코드는 대구에서 KBS ‘열린 음악회’ 녹화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3일 오전 1시30분쯤 영동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고은비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빈소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멤버 중에서는 권리세의 상태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리와 배 부위를 크게 다쳐 장시간 수술을 진행했다. 혈압이 떨어지고 뇌가 많이 붓는 등 상태가 심각해 수술을 중단하고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나머지 멤버인 이소정·애슐리·주니도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통한 심경이 담긴 김 앵커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슬픔을 함께 나눴다. “어린 나이에 정말 허망하게 갔다”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난다” “너무 슬프다. 참담한 심정”이라는 애도가 쏟아졌다.

김 앵커는 밤 8시 방송에서 고은비의 사망을 직접 전하지 않았다. 뉴스 오프닝에서 “밤새 안타까운 사고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잠시 뒤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스튜디오에 나란히 앉은 정 아나운서가 고은비의 사망과 관련한 뉴스를 대신 전했다.

김 앵커는 클로징 멘트로 고은비의 사망보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국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선택했다. “왕권에 대항해 국민의 대표를 지키기 위해 만든 불체포특권이 한국으로 와서 국민에 대항해 자신들의 신병을 지키는 용도로 변질됐습니다. 잠깐 욕먹을 각오로 국회의원 전체의 이익을 지키자는 계산이 얄밉습니다. 그래서 잠깐 욕하고말면 안됩니다”라는 말로 방송의 문을 닫았다.

김철오 권남영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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