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글자를 배운 할머니가 쓰신 시 한 편이 네티즌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시심(詩心)을 글자를 몰라 가슴 한켠에 담고만 계셨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페북지기 제 가슴 또한 저릿하네요.
이 시는 안도현 시인께서 지난 10일 트위터에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안 시인은 “나를 마구 뒤흔들고 있는 시 한 편이다. 늦게 한글 배운 이 할머니가 시인이다”라는 찬사와 함께 그림시 한 편을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에는 대구내일학교 김주연 할머니께서 쓰신 ‘오빠 그리워’라는 제목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오라버니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묻어 있는 시입니다.
‘그 옛날 오빠의 모습 / 나 시집 보내 놓고 마음 아파하시고 / 배추 농사 지어서 나에게 한 짐 / 그 뒷모습 한없이 울었네
세월이 흘러 / 꽉 말라 가는 오빠의 모습에 /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모습에 / 또 한없이 울었네
내가 가면 창고에서 맥주 꺼내어 / 동상 왔나 한잔 해라 하는 목소리 / 이제는 들을 수 없네’
시 아래 켠에는 하트 뿅뿅과 함께 눈물 흘리는 여동생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간결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이제는 볼 수 없는 오라버니를 추억하는 할머니의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군요. 뒤늦게 한글학교에서 글을 배우시고 쓰신 것 같아요.
네티즌들 또한 할머니의 시에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명조체도 아니면서.. 궁서체도 아니면서..엽서체도 아니면서.. 한획 한획 정성스럽게 꼭꼭 눌러 마음을 담아내신 글씨도 완전 문학 그 자체네요..그립다는 시구보다도 더 찐한 감동이 밀려 옵니다~”
“아! 눈물이 고이네요. 동생들한테 잘못했다고 용서하라고 전화 해야겠네요”
“이 시 읽다보니 시골에 계신 우리아빠가 도시에서 온 고모들, 삼촌들 오면 좋은 것만 추려 가마니에 담아놓은 마늘 양파 또 다른 많은 것들을 한가득 싸 주시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눈물이 핑 ㅠ”
안도현 시인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의 시심을 한껏 일깨워주신 할머니의 시에 페북지기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