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8일) 페북지기는 안도현 시인이 소개해 많은 네티즌들을 감동시킨 김주연 할머니의 시 한편 소개해 드렸는데요. 기사가 나가고 이 시가 페북에서 회자되자 또 다른 할머니들의 시가 있다는 제보 이메일이 왔습니다.
한글학교에서 뒤늦게나마 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남긴 시들에는 정말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우선 허옥순 할머니의 ‘사랑’을 한 번 보시죠.
‘눈만 뜨면
애기 업고 밭에 가고
소풀 베고 나무 하러 가고
새끼 꼬고 밤에는 호롱불 쓰고
밤(밥) 먹고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하고
사랑 받을 시간이 없더라’
일생동안 일에 치여 사느라 사랑 받을 시간조차 없었다는 내용입니다. 앙상한 가지 몇 개 남은 그림과 함께 할머니의 힘겨웠던 일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임모 할머니의 ‘아들’도 보세요.
‘나한테 태어나서 고생이 많았지
돈이 없으니까
집도 못사주니까
다른데 마음 쓰느냐고
너를 엄청 많이 때렸다
화풀이해서 미안하다
엄마는
엄마는
마음이 많이 아프다
용서해다오
저 세상에서는 부자로 만나자
사랑한다
또
이 말밖에 줄 것이 없다’
이 시를 받아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습니다. 힘겹게 살아 아들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한 엄마로서의 회한이 뚝뚝 묻어납니다. 그리고는 사랑한다고, 다음 생애는 돈 많은 사람으로 만나자고 하시네요. 이 보다 더한 아픔이 또 있을까요. 임 할머니의 아드님은 아마 이 시를 읽으면서 엉엉 우셨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미 오래 전에 어머니를 이해했겠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길어낸 담백한 시어로 우리에게 큰 감동 주시는 할머니들, 감사합니다. 여러분, 우리 어머니들께 효도 팍팍 많이 하고 살아요.
늦게 한글 배운 할머니의 시, 우릴 울리네… 페북지기 초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