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텔레그램이 좋은 거야? 박근혜 대통령이 싫은 거야?

[친절한 쿡기자] 텔레그램이 좋은 거야? 박근혜 대통령이 싫은 거야?

기사승인 2014-10-02 17:00:55

"‘사이버 망명’에 성공하셨습니까.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대세를 탔습니다. 카카오톡을 이탈해 새 메신저를 찾는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망명지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됐기 때문이죠. 말로만 대세가 아닙니다. 순위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텔레그램은 2일 오후 2시 현재 애플 iOS 운영체제 기반 앱스토어의 무료 애플리케이션 인기 순위에서 1위입니다. 2위는 카카오톡입니다. 텔레그램의 인지도가 카카오톡보다 높아진 셈입니다. 카카오톡이 무료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언제나 1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 부문에서는 부동의 선두였습니다. 카카오톡에는 작지 않은 수모입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앱스토어의 인기 순위에서는 텔레그램이 14위입니다. 여기에서는 카카오톡이 2위로 앞섰습니다. 아직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00위권 밖에서 순위조차 집계할 수 없었던 텔레그램의 과거를 생각하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텔레그램은 빠르게 추격해 간격을 좁혔습니다. 언제든 순위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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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1억3000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국산 애플리케이션의 강자 카카오톡이 하루아침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 겁니다. 경찰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에서 해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조사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국산 메신저는 정부의 검열을 받는다’는 불안감이 지난달부터 확산됐죠.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으로 우리나라 이용자가 대거 이동한 이유입니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사이버 망명으로 묘사하는 이유도 이용자의 정치적 견해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사이버 망명에 성공했을까요. 조금만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 합니다. 앱스토어 리뷰 게시판을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리뷰는 구입을 앞두고 확인할 수 있는 기존 이용자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텔레그램의 리뷰 게시판은 지금 정치 토론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이버 망명정부를 이곳에 수립하자” “21세기판 장발단속에 저항한다” “검·경의 모바일 메신저 검열을 중단하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죠. 반면 “과대망상이 지나치다” “정치적 이유라면 정부에 항의하는 편이 낫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신공격과 욕설이 오갑니다. 텔레그램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더 많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정치 뉴스 게시판을 보는 듯 합니다. 제품의 성능에 대한 후기는 찾아보란 어렵습니다.

텔래그램을 개발한 SNS 브콘탁테의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을까요.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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