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생각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학생들에게 취업은 목표이자 희망입니다. 그런데 경력을 위해, 자기소개서에 한 줄 더 들어갈 스펙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취업 준비생들을 울릴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13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함께 할 디자이너를 찾는다는 구인 전단인데요. 이 사진을 처음 올린 작성자는 ‘향(@syuhyang)’이란 아이디를 쓰고 있는 트위터리안입니다. 작성자는 “아까 학교에서 웬 아저씨가 붙잡더니 쥐여준 종이”라며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어 “심지어 다른 종이에는 ‘처음엔 급여를 주지 못 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라고 하네요. 우대사항이 깁니다. 한 번 볼까요?
‘내가 조니 아이브(네이버 검색하지 마라)보다 낫다 자신하시는 분’ ‘3살 때 이미 애플 로고 제작하신 분’ ‘초능력자(포샵포샵 열매 특히 우대)’ ‘지치고 힘들어도 어떤 경우에도 웃으면서 함께 힘내실 수 있는 분’ 등 16개의 항목입니다. 조니 아이브는 산업 디자이너이자 애플사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입니다. 회사는 딱딱한 구인 전단을 유머 있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응은 좋지 않네요.
네티즌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돈은 주고 일을 시켜야지” “급여도 못 주면서 바라는 것은 많네” “회사 이름이 뭔가요?” “뻔뻔한 구인” “열정페이 계산법”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인 전단을 만든 회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작은 인원으로 이루어진 ‘스타트업’이며 직원이 아닌 창립 멤버를 찾는 과정에서 오해를 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스타트업이란 신생 벤처기업이죠. 회사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돈을 벌면 스톡옵션과 함께 급여를 가장 먼저 책정할 계획이었다. 앞으로 최고의 급여를 위해 창업주 다섯 명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상황에 네티즌이 ‘열정페이’란 단어를 쓴 이유가 있습니다. 열정페이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적게 줘도 그 일을 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한국 특유의 문화를 말합니다. 유명한 예시문이 있죠. “너는 어차피 공연을 하고 싶어 안달 났으니까 공짜로 공연해라” “너는 경력도 없으니까 경력 쌓을 겸 내 밑에서 공짜로 엔지니어를 해라” 등입니다. 네티즌들은 이 구인 전단이 열정페이 계산을 해 만들어 졌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이런 현실에 울고 있는 학생들과 취업 준비생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이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열정페이를 제시한 구인 모집 광고를 하나 더 볼까요? 이 글은 14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입니다. 지상파 방송국에서 스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진행 스텝으로 일할 청년들을 찾는다네요. 4일간 일하는데 오전 6시30분에 모여 오후 11시나 12시에 끝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루 일당은 7만5000원 입니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 합니다.
그런데 자격 및 주의사항에 눈에 띄는 항목이 있습니다. “시급 등 돈에 관해 민감해서 이것저것 따지시는 분들은 신청하지 마세요” 추천 수를 많이 받은 댓글은 이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은 많겠죠. 방송계를 꿈꾸는 사람들.”
노동에 따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순수한 열정을 지켜주진 못 해도 착취해선 안 됩니다. 이 순간에도 열정페이를 받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있겠죠. 그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길 기원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