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기자의 일상쿡쿡] 이랜드리테일, 을(乙)의 반란에 '대략난감'

[최민지 기자의 일상쿡쿡] 이랜드리테일, 을(乙)의 반란에 '대략난감'

기사승인 2014-11-19 10:35:55

내부 임직원간 알력싸움에 희생양이 된 직원을 위장계열사 대표로 내세웠던 이랜드그룹이 최근 법원 소송에서 패소해 사실상 관리능력부재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19일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와 이랜드그룹 등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전 직원 유씨를 상대로 한 업무상 횡령혐의에 대한 2심 형사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07년 11월 1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도소매 마진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씨의 처인 최씨 명의로 K선과장과 S선과장의 개인사업체를 차리게 했습니다. 사실상 위장계열사였던 셈입니다. 이 선과장은 소송이 진행되기 전까지 약 419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랜드리테일은 위장계열사를 통한 과일수급으로 도소매 마진을 이익으로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이랜드리테일이 지난 2011년 법인설립을 취지로 해당 선과장의 현물과 사업체에 남은 9억원 상당의 현금 및 시설에 대한 반환을 요구했지만 유씨의 거부로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 당시 유씨는 선과장을 회사로 되돌려주는 대가로 회사복직과 승진을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다른 산지지역 시장 개척을 지시해 유씨의 반발을 샀습니다. 한마디로 토사구팽인 셈입니다.


1심 재판부는 유씨의 횡령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유씨가 반환을 거부한 자산 중에 유씨가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것입니다.

2심 재판부는 “유씨의 통장에는 회사가 지급한 가지급금 내지 선급금과 유씨의 개인적 노력에 의한 이익이 혼재되어 있다”며 “통장잔액과 설비들의 반환 거부는 자신의 공로에 대한 보상과 비용 상환 등의 정산을 요구하는 권한행사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유씨와 이랜드리테일의 소송 과정은 '을'의 반란에 가깝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유씨는 내부임직원간 갈등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 대기발령상태에서 회사의 과일 산지 직접 구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과일을 포장하고 발송업무를 하는 선과장 확보가 지역 업체에 밀리는 등 과일수급이 여의치 않자 이랜드리테일 측에 선과장 임대비용을 줄이고 안정적 과일공급을 위해 사업체 설립을 건의했습니다. 다만 당시 현행법상 대기업의 청과장 참여가 중소기업 업종 침해 등의 우려로 회사 명의는 유씨의 처인 최씨 이름으로 설립해 본격적으로 과일 수급업무를 수행했던 것입니다.

매출 규모가 커진데다 지난 2008년 비농업인의 선과장 설립이 완화되자, 20011년 1월 이랜드리테일은 유씨가 운영하는 선과장의 법인설립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유씨는 회사 측에 처의 명의로 된 지분율을 100%에서 10%로 낮추는데 동의했을 뿐만 아니라, 유씨의 처가 법인등기 이사로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등 회사명의를 되돌리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내심 유씨는 회사복직과 승진을 기대했지만 회사 측에서는 다른 지역산지 시장개척을 지시하는 등 기대와 다른 결정을 내리자 버티기에 나선 것입니다. 이에 이랜드리테일 측은 횡령 혐의 등으로 소송을 제기해 유씨를 범죄자로 몰아가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내부 임직원간 알력싸움으로 희생양이 된 대기발령 사원이 업무에 참여해 지난 4년간 419억원의 매출을 올린 능력사원으로 변신한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돌아온 것은 복직이 아닌 비정규직 신분의 시장개척 지시 업무였다면 누구나 유씨처럼 반란을 꿈꿀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미생'이 보여준 회사조직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며 씁쓸해 했습니다.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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