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쿡기자] “우린 백인 교사를 원합니다”… 나라망신 자초하는 인종차별도 갖가지

[금주의 쿡기자] “우린 백인 교사를 원합니다”… 나라망신 자초하는 인종차별도 갖가지

기사승인 2014-11-29 16:36:55

"[친절한 쿡기자]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가 되고 싶나요? 안타깝지만 흑인이나 아일랜드인이라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 흑인이 단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의 교사 채용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 해외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에는 한 아일랜드 여성이 ‘아일랜드인들은 알코올 중독자가 많다’는 황당한 편견의 벽에 막혀 우리나라 영어학원 교사 채용에 지원했다가 퇴짜를 맞은 사실이 전해져 비난을 샀죠. 잇단 인종차별 논란으로 국내외 인터넷이 시끌시끌합니다.

알자지라 더스트림은 최근 오클라호마 출신 션 존스(30)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의 한 학원 교사 채용에서 떨어졌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채용 중개인은 존스에게 “미안하지만 그쪽에서 사실상 백인 교사를 원한다”고 문자를 통해 알렸습니다. 며칠 뒤 그는 다른 채용 과정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받고 거절당했습니다. 존스는 2년 이상의 강사 경력과 외국어 영어 교육 자격증 테플(TEFL)을 가지고 있는데도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면접조차 보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한 겁니다.

학원 관계자는 존스에게 피부색과 무관하게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너무 어려서 낯선 외국인을 겁내기 때문에 일부 지원자들을 종종 탈락시키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답니다.

앞서 2주 전에는 아일랜드 여성 케이티가 국내 학원교사 채용에서 황당한 사유로 거절을 당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케이티는 한국에서 영어학원 교사로 일하려고 중개업체에 구직신청을 했지만 아일랜드의 음주문화에 대한 편견 탓에 채용에서 탈락했는데요. 이메일에서 고용주는 “죄송하지만 구인을 의뢰한 고객이 아일랜드 음주문화를 이유로 당신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래에 행운을 빈다”고 했습니다.

우리 음주문화도 만만치 않은 수준입니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15세 이상 한국인을 대상으로 알코올 소비량을 측정한 결과 1인당 평균 9.16ℓ로 나타났습니다. 20도짜리 소주 한 병으로 계산해 보면 1년 동안 15세 이상 한국인 한 명이 127병을 마십니다. 이 때문에 국내 네티즌들은 “음주문화 하면 우리나라인데”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죠.

존스와 케이티의 사례를 접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겪은 차별을 토로했습니다. “여러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아프리카 친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아시아에서 흔한 일” “한국 사람들이 아일랜드인들보다 훨씬 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나” 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음주문화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채용 거절을 당한다면 어떨까요?



“허니버터칩의 무서운 진실” 괴소문 확인해 보니…


과자시장은 지금 꿀과 버터를 바른 감자의 향연입니다. 전국의 마트와 편의점, 도·소매점을 강타한 해태제과의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허니버터칩을 맛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점원이 과자 진열대에 허니버터칩을 채우면 손님은 금세 들고 나갑니다. 또 채우면 또 사라지죠. 품귀 현상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습니다. 손님들의 문의를 견디지 못하고 입구에 ‘허니버터칩 품절’이라고 붙인 매장도 적지 않습니다. 출시 100일 만에 5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다니 ‘허니버터칩 대란’이란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허니버터칩을 중심으로 괴소문도 많습니다. 마약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유혹했다는 ‘마약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수십년간 연구한 제조법을 해태제과에 넘겼다는 ‘창조경제설’, 제과업계가 질소과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합심하고 수익을 나누고 있다는 ‘물타기설’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SNS에는 새로운 내용의 괴소문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일본 극우설’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허니버터칩은 일본산 과자를 우리나라에서 현지화한 상품이라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말해준 바로는 허니버터칩엔 무서운 비밀이 있다고 한다. 수익금의 일부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영입하는 운동의 자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독도를 위해 다른 감자칩을 먹어야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와 ‘…라고 한다’는 서술 방식만 봐도 신뢰를 담보하기 어려운 주장이죠. 하지만 괴소문이라고 마냥 웃어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 글은 트위터에서 반나절을 넘기지 않고 1000건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했습니다. 트위터 검색창에서 ‘허니버터칩의 진실’이나 ‘허니버터칩의 음모’라는 키워드가 자동으로 완성될 만큼 괴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 가지 사실엔 다가갔습니다. 해태제과는 합작사인 일본 가루비가 현지에서 한정 판매한 ‘행복버터칩’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허니버터칩’을 생산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현지화한 상품은 아니지만 아이디어의 근원이 일본 합작사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일부 사실을 재조합한 허위 사실이라는 점이 괴소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해태제과는 괴소문에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업체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은 가루비의 행복버터칩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지만 우리나라에서 2년간 연구해 생산한 상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내수가 90% 이상인 업체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야욕에서 은밀하게 자금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마약설’이든 ‘창조경제설’이든 ‘물타기설’이든 ‘일본 극우설’이든 모두 허니버터칩의 인기를 증명하는 괴소문들일 겁니다.



바지 안 입은 곰돌이 푸, “야하다” 퇴출 위기… 대단한 상상력!


먹을 것을 밝히는 귀엽고 뚱뚱한 곰. 1926년 동화에 첫 등장한 뒤 80년 이상 전 세계 어린이들의 친구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곰돌이 푸’(Winnie the Pooh·사진)가 야하다는 이유로 퇴출 위기에 놓였습니다. 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이 황당한 사건은 폴란드의 소도시에서 벌어졌습니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의 소도시 투션(Tuszyn)에서 성정체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푸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하네요. 이 같은 주장을 편 사람들은 투션의 시의회 의원들입니다. 이들은 새로 만든 어린이 놀이시설의 마스코트를 정하는 과정에서 푸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고 합니다.

곰인데 왜 옷을 입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만화 속에서 푸는 빨간색 상의만 입고 하의를 입지 않았습니다. 즉 푸가 성별이 없거나 자웅동체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참 상상력이 대단하네요. 심지어 푸의 원작자 A.A 밀른이 불순한 의도를 가졌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한 여성의원은 “작가가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푸의 생식기를 잘라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놀이시설 제작을 맡은 건설사도 황당해하고 있다네요. 마스코트를 갑자기 바꾸게 생겼으니 말이죠. 의원들이 푸 대신 폴란드의 유명 만화 주인공인 우샤텍을 추천했다고 합니다. 우샤텍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한 주민은 폴란드의 뉴스 채널인 TTV와의 인터뷰에서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푸를 문제 삼는 의원들도 지적능력이 떨어진다”고 조롱했습니다.

푸를 반대했던 리샤르 시치 의원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푸를 둘러싼 모든 일이 장난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놀이시설에 관해 나눈 농담이 좀 길어졌다”면서 “푸를 퇴출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한국 네티즌들도 혀를 차고 있습니다. “윗사람들의 변태적인 상상력,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폴란드 의원들이 어지간히 할 일이 없나보다” “우리나라 캐릭터 둘리 보면 기겁하겠네. 아무 것도 안 입었거든” “어른들이 곰돌이 푸를 변태로 만들었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푸는 국제연합(UN)으로부터 우정대사로 임명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입니다. 그런 푸에게 성정체성 논란이 일 줄이야.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우리 속담을 폴란드 시의회 의원들에게 들려주고 싶네요.



홀로 사는 김복득 할머니의 애절한 황혼


하얀 정장으로 멋을 낸 중년의 여성 곁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서 있습니다. 두 여성의 양옆에는 졸업식장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는 아이와 해맑게 웃고 있는 더 어린아이가 있네요. 저 중년 여성은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복득(83) 할머니입니다. 한복 입은 사람은 김 할머니의 친정 엄마, 꽃을 든 아이는 일찍 세상을 떠난 장남, 웃는 아이는 교통사고로 숨진 막내아들이랍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인물마다 사진의 색감이 조금씩 다릅니다. 합성한 사진이라 그렇습니다. 지난달 갈수록 늘어가는 ‘1인 가구’의 삶이 어떤지 취재하면서 노원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김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가 혼자 사는 집에 저 사진이 액자에 곱게 들어 있었습니다. 원래 각기 다른 사진이던 걸 할머니가 동네 사진관에 찾아가 이렇게 합성한 겁니다. 할머니는 “사진 속에서라도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다”면서 “이 사진을 만드는 데 12만원이 들었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김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매달 40만원 남짓 받는데 전화요금 전기요금 등을 내면 10만원 안팎이 남습니다. 이 돈이 김 할머니의 한 달 생활비입니다. 김 할머니는 생활비를 털어 만든 이 사진에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3년 전만 해도 김 할머니는 경기도 교외 지역으로 일을 다녔습니다. 시금치단을 묶기도 하고 농사일을 거들었습니다. 일은 고됐지만 임금은 괜찮았다고 합니다. 하루 10시간 일하면 5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80세가 되자 누구도 김 할머니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게 된 후로 김 할머니의 생활 반경이 좁아졌습니다. 집 아니면 아파트 단지 내 채소가게가 들르는 곳의 전부입니다. 조그만 복도식 부엌에 방 2개짜리 집은 혼자 살기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안 곳곳에서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김 할머니는 “텔레비전이 사흘 동안 안 나온 적이 있었다”며 “그땐 정말 심심하고 쓸쓸해서 못 살겠더라”고 말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혼자 맞이하게 될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5년 전 1층에 살던 노인이 혼자 죽은 채 발견됐다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랍니다. 김 할머니는 “나 죽어도 큰일이야. 죽어도 치워줄 사람이 없으니”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던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할아버지가 이틀 전쯤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고독사를 집계한 수치는 없습니다만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0년 647명에서 2012년 719명, 지난해 878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리 주위에 쓸쓸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외롭지 않게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면 어떨까요.



“평범한 게 아름다워” 뚱뚱한 인형 ‘래밀리’가 던진 메시지


키 크고 늘씬한 여성을 보면 어떤 표현이 생각나시나요. “바비인형 같다”는 표현도 많이 쓰죠. 이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하는 여성은 아마 없을 겁니다. 잘록한 허리에 쭉 뻗은 다리,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바비인형은 ‘완벽한 몸매’의 대명사로 쓰입니다.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니콜레이 램은 이 같은 인식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뚱뚱한 인형 ‘래밀리(Lammily)’를 세상에 내놓은 겁니다. 뚱뚱하다고 소개했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바비인형에 비해 약간 살집이 있다는 말이죠. 래밀리는 미국 여성 표준 체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보통의 우리와 꼭 닮았기 때문입니다.

래밀리 피부에는 점과 흉터가 있습니다. 뱃살, 여드름, 셀룰라이트 지방까지 갖고 있죠. 왠지 점점 친근하게 느껴지신다고요? 옷차림도 그렇습니다. 드레스처럼 화려한 옷은 입지 않습니다. 셔츠에 청바지, 운동복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옷차림이 대부분입니다.

색다르지만 대단히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이런 인형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램은 기획과정을 담은 동영상에서 이유를 직접 설명했습니다. 래밀리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었답니다. “평범한 게 아름답다(Average is Beautiful)”라고요.

‘특별한’ 바비인형의 ‘평범한’ 대항마인 셈입니다. 이상화된 몸매 기준을 따르는 세태에 대한 반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통한 걸까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선주문만 2만 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25달러(약 2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죠. 더 정확한 구매 정보를 찾아보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 네티즌들도 반기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래밀리와 비교해보니 바비가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겠다” “바비는 단순히 인형 같은 느낌인데 래밀리는 현실 훈녀(훈훈한 여성)같다” “훨씬 보기 편하다. 좋은 현상이다”라는 등의 호평들이 줄지어 올라옵니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한편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 사로잡혔던 우리의 편협함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비율 좋고 날씬한 몸에만 열광하진 않았는지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싸늘한 시선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래밀리가 전하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메시지에 함께 귀 기울여 볼 때입니다.

최지윤 김철오 이혜리 황인호 김동우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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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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