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자의 호갱탈출] “소비자가격, 믿을 수 있는 건가요?”

[난 기자의 호갱탈출] “소비자가격, 믿을 수 있는 건가요?”

기사승인 2014-12-05 02:00:55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패딩 가격 파괴’를 내걸고 전쟁이라도 펼치듯 할인전에 돌입했습니다. 100만원대 패딩을 10만원에 팔겠다는 곳까지 생겨났네요.

그간 유통가에서는 따뜻한 겨울 때문에 올 겨울 장사는 다 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11월 봄날 같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패딩 판매가 급감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지요. 롯데백화점의 경우 패딩 상품군의 소진율이 전년 11월 말보다 30% 가량 줄었다네요. 지난해에 이어 패딩 인기가 높을 것으로 보고 물량을 많이 준비했는데 다 재고로 남을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 반짝 추위가 오자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파격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때 못 팔면 끝장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지요. 보통 12월 중순에 시즌 오프로 진행하던 할인 행사가 보름 이상이나 당겨졌습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10일까지 총 500여개 대표 겨울패션 상품을 최대 30% 할인하는 ‘겨울의류 창고 대방출전’을 진행합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에비뉴엘월드타워점, 부산본점 등 4개 점포에서는 7일까지 프리미엄 패딩을 30% 할인합니다. 마리오아울렛도 오는 11일까지 몽클레어, 무스너클 등 고가 패딩을 최대 50% 세일하네요.

홈플러스는 아예 여성의류 리진과 공동 개발한 ‘마리&어스’ 패딩 1만장을 12월 한 달 동안 9만9000원에서 29만9000원까지 가격대로 선보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한 벌 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프리미엄 패딩인데 원재료를 직접 들여와 유통비용을 줄였고 시중 백화점 대비 판매수수료를 60% 낮춰 남길 수 있는 이익폭을 최소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할인을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합리적인 가격”, “절호의 구매 찬스”라고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만 않네요. “원래 10만원짜리를 100만원에 판 거 아니냐”, “소비자를 호갱으로 알고 터무니없이 비싸게 파는 건 안 사주면 그만, 지들이 알아서 내린다”, “처음부터 덕지덕지 붙인 거품 가격이었다가 이제
원가로 제자리 복구시킨 거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게다가 시즌오프가 되기도 전에 유통업체가 대대적으로 할인에 나서니 그 전에 제 값 주고 산 사람은 결국 호갱이 됐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누가 제값을 주고 제품을 살까요? 소비자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만 키울 뿐이죠. 애초에 할인 폭이 큰 이월상품을 사거나 신상품은 세일을 할 때까지 구입을 미루겠죠.

마지못해 할인 판매를 하면서 소비자를 위하는 ‘척’하는 멘트는 이제 그만해야 할 때입니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제 ‘척’하는 헐리우드액션에 속지 않는답니다.

김 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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