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자의 호갱탈출] “할인·사은품, 정말 소비자가 원하는 걸까요?”

[난 기자의 호갱탈출] “할인·사은품, 정말 소비자가 원하는 걸까요?”

기사승인 2014-12-05 16:09:55

지난달 28일 미국 최대 할인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이어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사이버먼데이가 있었습니다. 사이버먼데이는 일상생활로 돌아온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는 것에 빗댄 신조어인데요.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하는 국내 직구족들 역시 이 할인행사에 대거 참여를 했지요.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올 8월에 지난해 직구 금액인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해외직구의 주 아이템이 패션이라 국내에서 판매되던 직수입 및 라이선스 브랜드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여러 패션업체들이 해외로 쏠린 소비자들의 시선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12월 중반부터 시작하던 시즌오프 세일을 보름이상 앞당긴 것도 그 이유지요. 그런데 제일모직에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국내에서는 유례없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5일부터 제일모직의 옷을 사면 삼성전자의 전자제품을 공짜로 준다는 겁니다. 전국 1500여개 매장에서 단품으로 빈폴은 70만원, 남성복은 80만원, 해외브랜드는 100만원, 여성복은 150만원이상 구매하면 삼성전자의 32인치 LED TV, 아가사랑 세탁기, 모션 싱크 청소기 중에서 원하는 걸로 골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 없던 행사라 상당히 파격적으로 느껴지긴 한데 옷을 정가로 구입해야 하니 사실상 할인 대신 사은품을 주는 겁니다. 사은품인 TV와 청소기, 세탁기 최저가가 30만원 초중반 대입니다. 빈폴을 산다고 하며 40~50% 정도 할인을 받는 셈이지요. 150만원 이상인 여성복의 경우 할인율이 20%정도입니다.

왜 직접적으로 가격을 깎아주는 할인 대신 사은품 카드를 내걸었을까요? 일단 따뜻한 겨울과 해외직구로 겨울 의류 소비가 많이 감소했습니다. 올해를 넘기면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되니 행사를 해서라도 빨리 털어야 하는 거지요. 그렇다고 할인을 하자니 브랜드 가치는 떨어지고 정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생긴다는 부담이 있지요. 그 전에 구입한 고객들의 항의도 있을 수 있고요.

제일모직 측은 “위축된 국내 패션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자 기획됐다”며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 있는 프리미엄급 사은품을 제공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만족하게끔 했다”고 말했습니다.

패션계의 대기업인 제일모직의 이런 파격적인 이벤트에 다른 업체에서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추가 할인 행사 외에 별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일모직은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오빠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해외직구에서 시작된 파격적인 할인과 사은품 제공 이벤트가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게 이런 걸까요? 할인 행사를 소개하는 기사에 달린, “할인해도 비싸지만 할인제품에는 사고 싶은 물건이 없고, 사고 싶은 물건은 할인에서 제외돼 있다”는 댓글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김 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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