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또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배우 노수람(27)입니다. 영하 날씨에 아슬아슬한 드레스를 입고 눈길을 끌었습니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반대로 대중들의 미간에는 주름이 잡혔죠.
제35회 청룡영화상이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습니다. 한 해 동안 스크린을 빛냈던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노수람도 함께 말이죠. 그는 2004년 드라마 ‘왕꽃선녀님’을 시작으로 ‘귀엽거나 미치거나’ ‘미스코리아’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습니다. 영화는 지난 10월 개봉했던 ‘환상’ 한 작품에 등장했습니다. 환상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간호하던 아내가 불륜에 빠지는 상황을 그린 영화입니다.
레드카펫에 선 노수람의 드레스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전신 시스루(비치는 옷감을 사용해 피부가 드러나는 복장)로 가슴선은 물론 몸의 옆 라인 전체를 드러냈습니다. 아름답기보다는 민망함에 가까웠습니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올해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며 혀를 찼습니다. “저렇게 튀고 싶을까” “검색어에 오르고 싶었나 보네. 안됐다” “전혀 섹시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한편으론 대단한 용기네요” “얼마나 주목받고 싶었으면” “마케팅도 가지가지”라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한 네티즌은 “인지도를 올리고 싶으면 작품 속에서 연기력으로 승부하라”며 “노이즈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그 끝은 좋지 않더라. 부디 실력으로 경쟁하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레드카펫 위 과한 노출로 비판을 들었던 배우는 노수람만이 아닙니다. 2011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상반신이 훤히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던 배우 오인혜(30)를 필두로 2012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가슴골이 드러난 의상을 입고 넘어진 하나경이 있었죠. 지난해 7월 있었던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테이핑 된 가슴이 노출되는 사고를 겪기도 한 여민정도 있습니다. 여민정은 당시 고의 노출 사고 논란도 일었습니다. 이들의 과도한 노출 욕심에 주목받아야 할 영화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자극은 더 이상 자극이 아닙니다. 연기력을 갖춘 배우는 노출이 없어도 아름답다는 것을 그들만 모르는 듯합니다.
“마녀사냥! 조현아 죽이기 그만”… 도 넘은 여성연합 성명서 시끌
대한민국여성연합(여성연합)의 성명서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땅콩 리턴’의 장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옹호하는 내용의 성명서인데요. 이게 친절한 쿡기자를 들들 볶았답니다.
18일 아침 이메일을 체크하면서 일이 시작됐습니다. 여성연합이 전날 오후 7시40분쯤 보낸 성명서가 눈에 띄더군요. 제목이 ‘마녀사냥 언론 호들갑, 조현아 죽이기 그만하자! 하이에나만 득실거리는 무자비한 우리 사회, 이런 나라도 없다’였습니다.
제 주변 기자들 모두 성명서를 받았다고 하니 국민일보는 물론 대부분 기자에게 배포된 것 같습니다. 성명서는 조 전 부사장을 옹호하고 그를 비판하는 언론과 시민, 그리고 검찰 등을 비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대한항공 초기대응 미숙이 하이에나에게 먹잇감을 던진 꼴이다.” “한국에서 재벌은 무조건 나쁘고 그들 자녀 또한 악의 대상으로 규정됐다. 이들 잘못은 법 심판 이전에 ‘인민재판’으로 (내몰려) 인격살인을 당하고 언론은 앞장서 흥행거리로 만든다.”
여성연합은 19개 시민단체의 여성 대표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사랑회 김길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이경자, 정의실현 국민연대 정미홍 대표 등이 포함돼 있네요.
성명서에는 “참여연대와 좌파시민단체의 마녀사냥에 언론이 앞장서자 국토교통부 조사권도 사라지고 검찰도 함께 춤추며 구속영장 청구 등 살벌함이 가관이다. 조현아는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반성할 것”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의 심정마저 헤아리는 성명서라니요. 성명서는 아울러 ‘땅콩 리턴’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을 사건 발단의 당사자로 지목했고, 이번 사건을 ‘재벌 딸 죽이기 굿판’이라고 규정짓기도 했습니다.
친절한 쿡기자는 즉각 온라인 기사로 써 송고했습니다. 예민한 표현이 있으니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죠.
그러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성연합 측으로부터 항의 전화가 쇄도한 것입니다. 이들은 공식 성명서가 아니니 기사를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성연합 간사인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 인지연 대표는 “김길자 대표와 이경자 대표가 다른 단체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발표했다”면서 “성명서는 여성연합과 연관이 없으며 이 같은 내용을 나머지 회원들이 카카오톡 메신저로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여성연합은 대한항공의 무례한 행태에 분개하는 일반 시민의 입장에 있다. 합의 안 된 성명서가 여성연합과 각 개별 단체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슈퍼 갑질’ 논란을 여성 핍박으로 몰아가는 성명서를 내놓고, 기사화되자 뒤늦게 합의 안 됐다며 기사 삭제를 요구하는 여성연합은 대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흥행에 할머니 피신… 님들아, 제발 그 집 찾아가지 마오
연말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진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영된 저예산 독립영화 중 가장 빨리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최고 흥행기록까지 예상되는데 무슨 일일까요?
‘님아…’는 76년간 부부로 살아온 강계열 할머니와 조병만 할아버지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님아…’의 누적관객수는 135만6550명입니다. 개봉 1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건 물론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신들의 왕들’ 같은 할리우드 대작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님아…’ 제작진은 “영화가 유명해질수록 걱정되는 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주인공인 강 할머니와 가족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었습니다.
강 할머니는 남편을 떠나보낸 후 같이 살자는 자녀들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평생의 연인과 함께 살았던 집에서 남은 생을 보내려 했던 거죠. 그런데 강 할머니는 얼마 전 자녀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한 언론사의 전화를 받고 울먹이며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제작진은 “할머니는 몇 년 전 TV에 소개된 뒤 수시로 찾아오는 취재진을 비롯한 방문객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강 할머니와 가족들은 아직 상중(喪中)”이라며 “직접적인 취재나 방문요청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워낭소리’(2009)를 떠올렸습니다. 평생 농부로 살아온 최원균 할아버지와 마흔 살 소의 우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누적관객수 296만2897명을 기록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습니다. 영화가 촬영된 경북 봉화군 상운면 하눌2리 산정마을에는 7000㎡ 규모의 ‘워낭소리 공원’도 조성됐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주목받을수록 최 할아버지 가족의 불편은 커졌습니다. 무턱대고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과 수없이 걸려오는 협박·장난 전화로 고통을 받았죠. 영화를 연출한 이충렬 감독은 지난해 최 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듣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시던 분의 삶에 제가 들어갔고, 좋든 나쁘든 할아버지의 삶의 영향을 끼쳤다. 안타깝고 애통하고 죄스럽다”고 애도했습니다.
우리에게 감동을 전한 누군가의 일상이 바로 그 관심 때문에 파괴된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카메라가 담담히 그들의 모습을 담았듯 한 걸음 떨어져 그들의 행복을 빌었으면 좋겠습니다. ‘님아…’ 같은 아름다운 작품이 계속 탄생하길 바라면서요.
‘무엇을 기념하고 싶나요?’ 호주 시드니 인질극 현장 셀카 행렬 ‘빈축’
무엇을 기념하고 싶었던 걸까요? 수십명의 생사가 걸려 있던 호주 시드니 인질극 현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전 세계인을 경악하게 한 것은 인질범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는 50대 이슬람 과격주의자가 벌인 대규모 인질극으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그는 오전 도심 한 카페에 침입해 수십명의 인질을 구금했습니다. 현장에는 중무장한 대테러 특공대와 수백명의 경찰이 투입됐습니다. 대치는 새벽까지 계속됐습니다. 세계인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면서요.
어처구니없는 일은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인질극 현장 인근서 셀카(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촬영하는 것·셀프 카메라)를 찍는 사람들이 생긴 겁니다. 사람들의 눈에 띈 것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아니라 카메라였나 봅니다. 그들은 자랑거리를 본 듯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도 15일 이를 보도했습니다. ‘사람들이 시드니 테러가 발생한 곳에서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려 줄 서 있다’며 셀카를 찍는 이들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공개했습니다. 사진 중에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방송사 카메라를 배경으로 찍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함박웃음을 짓는 사람도 보입니다. 할 말을 잃을 정도입니다.
국내외 네티즌은 공분했습니다. “제정신이 아니다” “감정이 없는 동물이다” “저 앞에서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 싶을까?” “호주인으로서 창피하다”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면 못 했겠지” “사진이 뭐라고 저런 짓을…” “요즘 사회를 그대로 담은 사진이다.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이 있든 SNS를 손에서 안 떼는 우리를” “같은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싫을 정도입니다” 등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시대가 왔다고 봐야 할까요.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즐거움을 얻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드니 인질극의 끝은 비참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두 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뼘으로 잴 수 있는 길이로 알맞은 것은?
다음은 초등학교 2학년의 시험문제입니다. 한번 풀어볼까요?
1. 오른쪽 부분으로 잴 수 있는 길이로 가장 알맞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
① 지우개의 길이
② 휴대폰의 길이
③ 자동차의 길이
④ 냉장고의 높이
⑤ 책상의 긴 쪽의 길이
여기서 ‘오른쪽 부분’이란 문제 옆에 그려진 그림을 말합니다. 오른손으로 ‘한 뼘’을 표시하는 손 모양입니다. 뼘으로 잴 수 있는 길이를 고르는 문제인 거죠.
정답은 뭘까요? 일단 2번은 아닙니다. 이 문제를 풀었던 학생이 2번을 골랐는데 빨간 펜으로 줄이 그어졌거든요. 그럼 지우개일까요? 크기가 작긴 하지만 ‘반 뼘’이라는 단위도 있으니까요. 자동차나 냉장고? 도전해 본 적은 없지만 손으로 재는 게 아예 불가능할 것 같진 않습니다. 네티즌들은 ‘가장’ 알맞은 것을 고르라고 했으니 5번이 유력하다고 얘기하네요. 하지만 책상만큼 작은 냉장고도 있지 않나요?
16일 페이스북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문제는 한 블로거(ch*****)가 자신의 아이의 시험지를 직접 찍어서 올린 것입니다. 해당 블로거는 “초등학교 2학년에게 이런 시험을 보는 목적이 무엇일까요”라고 물으면서 여러 장의 이미지를 첨부했습니다. 글의 제목은 ‘상상력이 고갈되는 교육’이라고 달았죠.
사진 속 문제들은 쉬운 듯 아리송합니다. ‘아는 사람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경우로 알맞지 않은 때는 언제인가’라는 문제를 볼까요.
① 우리 가족에 대해 친구들에게 말할 때
② 처음 만난 사람을 내 친구에게 소개할 때
③ 어머니께 나의 가장 친한 친구를 소개할 때
④ 책을 보고 잘 알게 된 사람에 대해 소개할 때
⑤ 내 주변의 잘 아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답은 ‘처음 만난 사람’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2번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보기들도 어쩐지 애매합니다. ‘아는 사람’의 정의는 또 무엇인가요. 머리가 아파옵니다.
소개하고 싶은 사람의 모습과 성격을 쓰라는 주관식 문제도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짝이 말이 없고 생각 깊다고 적었습니다. ‘모습은 항상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썼네요. 이 문제도 틀렸다고 표시돼 있습니다. ‘항상’이라는 단어에는 엑스(X) 표시도 있습니다.
글쓴이가 아이에게 틀린 이유를 물으니 “간단히 쓰라고 했는데 문장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합니다. 에이, 설마요. 사실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생김새를 묘사하지 않아서일까요?
문제를 풀어본 네티즌들은 “객관식이 뭐 이렇게 애매해” “문제들이 황당하고 어이없네요” “정말 우리나라 교육을 어찌해야 하나”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래서 정답이 뭐냐”며 답을 두고 갑론을박도 벌어졌습니다. 해당 글은 페이스북에서 1만8000개 이상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교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저 문제는 많은 교사들도 교사용 참고자료에서 보고 비판했던 문제”라며 “저 문제가 잘못된 건 인정하지만 열심히 연구하는 교사들까지 싸잡아 욕먹는 현실이 애석하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저 문제가 나온 교과서 단원에는 아이들이 교실을 돌아다니며 팔로 1m를 재보고, 짝이랑 10cm씩 어림해서 1m인 줄자를 만들어보고, 운동장 나가서 발걸음을 직접 세보고 둘레를 어림하는 창의적인 수업이 더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답이 존재해야 하는 시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국어시험을 볼 때 글쓴이의 목적이나, 시적 화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어를 찾는 것도 정답을 위한 정답입니다. 글쓴이의 의도는 글쓴이만 알고 있으니까요.
다만 네티즌이 안타까웠던 건 어린 아이에게 일방적인 답을 강요하는 교육현실이었습니다. 문제의 의도를 이해하고 답을 납득하는 과정도 중요한 교육이니까요.
한 네티즌의 댓글이 재밌습니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화벨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를 쓰라는 답변에 무르릅 무르릅이라고 썼는데 정답이 따르릉이라고 틀렸대요. 난 그렇게 들리는데.” 적어도 이런 문제는 ‘들리는 대로 쓰시오’라고 출제되면 좋겠네요.
민수미 김상기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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