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차예련 “흥행 한번 해보고 싶어요. ‘더 테너’로 될까요?”

[쿠키 人터뷰] 차예련 “흥행 한번 해보고 싶어요. ‘더 테너’로 될까요?”

기사승인 2014-12-25 18:02:55
사진=무비앤아이 제공

차예련(29)이 배우로 산지 벌써 10년이 됐다. 참 열심히 했다. 매해 한 작품 이상에 꼬박꼬박 얼굴을 비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성적은 늘 좋지 않았다. 연기보다 패션이 더 주목을 받았다. 이번엔 좀 다르다.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를 내놓으면서 어느 때보다 기뻐 보였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예련은 참 발랄한 아가씨였다.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해 ‘차도녀’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실제 성격은 다소 의외였다. 인사말을 주고받던 중 “홍보사가 내일도 인터뷰 일정 잡자고 했는데 크리스마스이브에 누가 (인터뷰)해요. 그죠?”라고 물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또 어찌나 솔직한지 꺼내기 어렵던 얘기도 본인이 먼저 술술 털어놨다.

“요즘 좋은 말씀을 너무 많이 들어서…. 제가 평생 받을 칭찬을 최근에 다 받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칭찬을 별로 받아보지 못했어요. 그냥 ‘옷 잘 입는다’ 이런 말들만 있고. 연기적으로 이렇게까지 칭찬받은 건 정말 처음이에요.”


‘더 테너’에서 차예련은 다른 이미지로 변신했다. 성악가 배재철의 실화를 다룬 작품에서 차예련은 아내 이윤희씨를 연기했다. 테너로서 승승장구하다 갑자기 갑상선 암 선고를 받고 목소리를 잃은 남편(유지태)의 곁을 지키는 인물이다. 비극적인 상황에도 그는 수술 받은 남편의 성대를 다시 회복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영화를 관객 앞에 내놓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제작 과정에서 투자자가 발을 빼거나 하는 문제로 몇 번 촬영이 중단됐다. 가까스로 2년 전 완성본이 나왔으나 배급문제로 또 발목이 잡혔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 등으로 약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에 선뜻 나서는 배급사는 없었다. 그토록 오래 기다린 개봉. 작품에 대한 차예련의 애착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완성작을 2년 전에 처음 봤는데 시사회 때 다시 보니 훨씬 좋았어요. 근데 (영화를 보면서) 약간 위경련이 일어나서…. 2시간 내내 약 먹고 그랬어요. 떨려가지고. 난생 처음으로 무대인사해보는 사람처럼 떨리더라니까요. (무대인사를) 그래도 10년 동안 한 10번은 했을 텐데 ‘나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떨렸어요. 옆에 있던 지태오빠는 ‘너 왜 그러냐’면서 쳐다보더라고요.”


꽤 괜찮았던 시사회 반응이 그에겐 고무적이었다. 차예련은 “요즘 정말 행복하다”며 “아직 영화가 흥행한 것도 아닌데 그냥 이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어요. 10년 만에. 좀 오래 걸리긴 했죠? 오래 했죠. 저도”라며 미소를 지었다.

“기회가 오는 건 운인 것 같아요. 누구는 망할 줄 알고 누구는 시청률 40% 나올 줄 알고 작품 하겠어요? 마음처럼 되는 게 힘들다는 건 한 2~3년 전에 깨달죠. ‘이건 내 힘이 아니구나.’ ‘내려놔야 되는 거구나.’ 그래도 (흥행에 대한) 갈증은 있어요. 너무 성공하고 싶죠. ‘언젠가 한번은 잡아야지’하면서 기회를 보고 있는데…. 그게 ‘더 테너’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근데 그것도 모르죠 뭐(웃음).”

사실 인터뷰를 앞두고 이렇게 솔직한 답변을 기대하진 않았다. ‘차도녀’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걸까. 왠지 깍쟁이일 것만 같았던 차예련은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놀라움을 줬다. 그동안 작품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저도 좀 가렸던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며 “조금 덜 가리고 더 (과감하게) 해봤다면 지금보다 좀 더 성장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는데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진 않았을까. 차예련은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며 “나는 왜 이렇게 하는 작품마다 잘 안 되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흥행이 전부는 아니지만 또 어느 순간엔 전부더라”며 “사람들이 ‘흥행에 너무 욕심내지마’ ‘따라가지마’ 그런 얘기를 하는데, 그건 사실 흥행을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 테너’도 개봉을 하고나서 좌절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들보다 이 행복함을 즐기고 싶다는 게 그의 마음이었다. 지난 10년은 이렇게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견딜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이렇게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는 것도 되게 신기해요. 가끔 매니저랑 ‘참 흥행 안 되는데 작품 많이 들어온다’ 이런 얘기해요. 나의 가능성을 보고 언젠가는 성공할거라고 생각해서 써주시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배우가 돼있다는 게 어디예요. 그래도 사람들이 차예련하면 다 알잖아요. 흥행? 언젠간 하겠죠. 흥행해서 또 봬요. 저희 ‘더 테너’ 300만 되면 또 인터뷰 하나요? 연락주세요. 또 할게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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