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월급’이라 불리던 연말정산이 ‘13월의 폭탄’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여기저기서 비판이 들끓고 있습니다. 정치권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대변해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을 표한 의원들이 도리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61) 의원이 지난 20일 본인의 트위터에 글을 게재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바뀐 연말정산 탓에 ‘13월의 월급’이 ‘13월의 세금폭탄’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는 세제혜택을 주고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은 증가시켰습니다. 서민증세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부자 감세 철회가 우선입니다.”
같은 당 박지원(72) 의원 역시 “13월의 세금 폭탄! 새정치민주연합 지적에 국민 여론 비등하자 최경환 부총리 ‘자녀 수 등 감안해 소득공제 항목 수준 조정 검토하겠다.’ 검토가 아니라 시행하고 서민증세 발상을 아예 머릿속에서 지우세요. 미국 부자 1%에게 증세한다는 뉴스도 좀 보세요”라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우윤근(57) 원내대표, 문희상(69) 의원, 이인영(50) 의원도 원내대책회의나 비대위원회, 트위터 등을 통해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고마운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여론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때문입니다.
연말정산이 세금 폭탄으로 변한 이유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있습니다. ‘세금을 적게 걷어 적게 돌려주자’를 골자로 하는 현재 법안은 무상 복지를 위해 세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나 기대했던 소비 진작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서민의 목을 죄는 부담이 되어 돌아왔죠.
문제는 지난해 1월에 이 개정안이 통과될 때 반대한 의원은 고작 6명이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새누리당 3명, 새정치민주연합 3명입니다. 기권 35명을 제외하고 245명의 의원이 이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바뀐 연말정산 방식을 비판한 의원들도 찬성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조삼모사’라 해야 할까요, ‘책임회피’라 해야 할까요? 아, 기가 막힌 ‘자가당착’이네요.
네티즌들도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정치쇼” “결국 다 똑같은 사람들이네요” “정치인들은 믿을 게 못 된다” “정부나 국회의원들이나 국민을 힘들 게 하려 태어난 사람들인가?” “연말에 밀린 법안 통과시키느라 계속 찬성하다 이렇게 터지면 그제야 난리” “정치인들의 공통점. 결과를 미리 생각하지 않고 일이 생기면 그때서야 해결하는 척, 반대하는 척” 등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국회의원들도 본인이 던진 표로 인해 많은 세금을 내게 생겼습니다. 이런 결과까지 생각을 못 한 것인지, 그 정도 돈은 개의치 않는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나요? 이젠 잃을 소도 없어 보입니다.
서민 생각한다며 SNS에 중단, 철회 외쳐대던 의원님들을 보고 있으니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봤던 배우 이영애씨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너나 잘하세요.’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