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대가’ 돌아온 이영돈 PD의 이중고

‘탐사보도 대가’ 돌아온 이영돈 PD의 이중고

기사승인 2015-01-30 10:01:55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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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먹거리 탐사 저널리즘으로 잘 알려진 이영돈 PD가 돌아왔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사옥에서 29일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영돈 PD가 간다’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영돈 PD가 간다’는 본격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파헤치고 문제와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다룬다. 단순한 고발 위주 탐사보도에서 벗어나 사회에 다양한 화두를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각오다.

평일이 아닌 매주 일요일 저녁 8시30분 시간대 편성 등을 볼 때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비교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회와 종교, 미제사건 등 다양한 분야를 탐사하는 저널리즘 프로그램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15분에 방영된다. 시사 프로그램은 딱딱하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토, 일요일 연달아 방영되는 두 프로그램은 시의성을 고려했을 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겹칠 수밖에 없다. 이 PD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일어난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언급하며 “취재를 하러 갔을 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도 마주쳤다”며 “앞으로 그럴 일이 자주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사 프로그램 중 유례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존재는 이 PD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영돈 PD가 간다’ 첫 주제도 그에 대한 방증이라 볼 수 있다. 이 PD는 영화 ‘그놈 목소리’의 실제 사건인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첫 방송 아이템으로 결정했다. 이는 1992년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첫 회 주제와 같다. 이 PD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초대 연출자라는 점도 재밌는 상황이다. 본인이 제작했던 프로그램과 같은 아이템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이에 이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 1회에서 이형호군의 사건을 다뤘다. 종편에서 탐사 보도를 시작하면서 이형호군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24년 전 사건의 접근 방식과는 다를 것이다. 버라이어티하게 풀어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 PD에 대한 평판도 프로그램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PD는 1981년 KBS에 입사한 이후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소비자 고발’ ‘먹거리 X파일’ 등을 만들며 탐사보도 프로그램 전문 PD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유명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이 PD가 출연했던 종합편성채널 채널A 시사 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에서 벌집 아이스크림의 일부가 양초 원료인 파라핀이 함유된 소초가 있다고 보도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여론의 거센 항의에 부딪힌 무구한 벌집 아이스크림은 당시 “자신의 업체에서는 파라핀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이 PD를 포함한 제작진 측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같은 해 1월 ‘착한 간장게장 2편’에서 “악의적 편집을 했다”며 업주와 진실 공방까지 치달은 사례도 있다. 이외에도 방송을 위한 무리한 촬영에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2007년 KBS 시사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은 탤런트 김영애가 당시 대주주로 있던 황토 화장품 회사 제품에 쇳가루가 유입됐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사측은
“KBS의 허위보도로 2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며 2008년 5월 KBS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KBS가 황토팩 제품으로 자석을 이용해 철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가리는 실험 등을 보도해 해당 제품이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줬고 해당 회사에 무형의 손해를 안긴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의 불신을 산 이 PD가 ‘이영돈 PD가 간다’로 보는 이들의 신뢰와 공감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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