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미친’ 세 남자와 ‘더 미친’ 한 남자의 환상 하모니… ‘스물’

[쿡리뷰] ‘미친’ 세 남자와 ‘더 미친’ 한 남자의 환상 하모니… ‘스물’

기사승인 2015-03-13 17:49:55
사진=영화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짐작은 했지만 이토록 유쾌할 줄이야. 아름다운(美) 세 청춘들이 쉴 틈 없이 웃음을 안긴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친’ 재치들이 줄줄이 튀어 나온다. ‘말 맛(味)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병헌 감독이 제대로 터뜨렸다. 영화 ‘스물’ 얘기다.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세 친구 치호(김우빈), 동우(이준호), 경재(강하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같은 반 ‘퀸카’ 소민(정소민)에게 관심을 보이는 세 사람. 그런데 표현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경재는 열심히 필기한 자신의 노트를 보여주려다 이내 포기하고 만다. 동우는 소민의 모습을 몰래 그려 선물 하려다 망설인다. 치호는 좀 다르다. 소민을 교실 밖으로 불러내어 천연덕스럽게 그의 가슴에 손을 올린다. 캐릭터 설명은 이로써 충분하다. 시나리오가 얼마나 촘촘하게 짜였는지는 여기서부터 서서히 드러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는다. 아지트인 중국집에 모여 소소한 얘기들을 나누는 일상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모두가 얽힌 중심사건이랄 건 없다. ‘스물’이 된 세 친구 각각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모범생 경재는 대학에 들어가 새내기 생활을 만끽한다. 연애 숙맥인 그는 과 선배에게 반해 사랑의 열병을 앓기도 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만화가의 꿈을 버리지 않은 동우는 아르바이트로 학원비를 충당하며 다시 입시를 준비한다. 마땅히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치호는 클럽을 전전하며 ‘잉여’ 백수생활을 한다.

이들에겐 좌충우돌 크고 작은 일들이 매일 벌어진다. 몰랐던 사랑을 문득 깨닫기도, 갑자기 하고 싶은 꿈이 생기기도 한다. 변화무쌍하고 어딘지 불안정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모습들이 왠지 귀엽고 애틋한 이유는 그 안에 우리의 ‘스물’이 담겼기 때문이다.


청춘들을 향한 ‘힐링’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작품들엔 ‘힘들지? 위로해줄게’ 식의 메시지가 담기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스물’은 좀 다르다. ‘뭐 어때, 우린 젊은데!’라고 외치는 듯하다. 제목부터 싱그러운 영화는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영화 곳곳을 채운 감독의 센스가 보통이 아니다.

‘과속 스캔들’(2008) ‘써니’(2011) ‘오늘의 연애’(2014) 등 각본을 쓴 이 감독의 첫 상업영화 ‘스물’은 시나리오부터 “잘 빠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힘내세요, 병헌씨’(2013)서 선보였던 신선한 연출력까지 더해졌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연신 감탄이 나온다. 재치 있는 대사들 때문에 배우들 입만 열면 웃음이 터진다. 상황설정도 기발하다. 노래방과 막바지 중국집 패싸움(?)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코미디 영화계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닐까.


완전히 풀어진 배우들 연기는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김우빈, 이런 모습 처음이야’ 특집 영상이라도 만들고 싶을 지경이다. ‘친구2’(2013) ‘기술자들’(2014) 등서 카리스마 강한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그가 이번엔 완전히 힘을 뺐다. 처음 도전한 코믹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강하늘은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자신을 내던지고 확실히 망가졌다. 얼굴이 벌개져서 술주정부리는 건 애교다. ‘야동’을 보며 자기위안을 하다 여동생에게 걸려 당황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작품 전체에 안정감을 주는 내레이션까지 그의 몫이었다.

이준호는 이제 ‘연기돌’ 수식어를 벗고 당당히 신인배우라 불려도 될 것 같다. 달달한 로맨스 연기부터 세세한 감정연기까지 곧잘 해냈다. 그룹 2PM 멤버로서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극중 동우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졌다. 이건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완벽에 가까운 캐스팅으로 보인다. 세 인물 모두 제 주인을 찾은 듯하다.


앞서 다른 인터뷰에서 강하늘에게 ‘스물’ 촬영 당시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연기를 하면서도 너무 웃겨서 NG가 많이 났고, 촬영을 잠깐 멈출 정도였다고 했다. “죄송한데 도저히 안 멈춰진다”며 폭소를 터뜨린 배우들에게 이 감독은 “우리 영화에서 웃어서 NG나는 건 괜찮다”며 함께 웃어줬단다.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지만 ‘스물’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있다. 정말 재밌고 행복하게 찍었다는 것이다. 그 분위기는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즐거운 촬영 현장에서 편안한 연기가 나온다는 건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시사회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이렇게 끊이지 않았던 적도 드물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박수 세례까지 나왔다. 이병헌 감독은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스물’이 잘 되면 후속작 ‘서른’ 집필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치호·동우·경재의 10년 뒤가 몹시도 궁금해진다.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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