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보이스피싱 사기단을 등쳐 피해금을 가로챈 20대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입건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오모(22)씨 등 4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달 초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현금 인출책 역할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조직은 오씨에게 현금자동인출기(ATM) 대신 은행 창구에서 직접 피해금을 찾을 사람을 데려오면 수수료를 더 높이 쳐주겠다고 말했다.
계좌 명의자가 창구에서 직접 돈을 인출하면 1일 600만원인 ATM 출금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단번에 거액을 가로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씨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까운 사이인 이모(23), 김모(23)씨와 짜고 돈을 몽땅 가로채기로 했다.
이들은 이씨의 은행 계좌를 조직에 넘겼고, 지난달 24일 대구 시내 모 은행지점에서 자신들을 감시하던 30대 조선족을 폭행해 쫓아버린 뒤 보이스피싱 피해금 2000만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끝이 좋지 못했다. 오씨 등은 빼돌린 돈으로 외제 대포차 두 대를 샀지만, 차를 판매한 업자가 불과 1주일 만에 주차해 놓은 차를 도로 훔쳐갔다고 경찰은 밝혔다.
대포통장을 팔아놓고 보이스피싱 조직보다 먼저 돈을 빼낸 이들도 있었다. 최모(28)씨와 정모(28)씨는 대출 스팸 메시지를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넘긴 뒤 돈이 입금되면 먼저 빼내 나눠갖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한 계좌당 현금카드 두 장을 만들어 한 장만 조직에 넘긴 뒤 입금 알림 문자 메시지가 오는 즉시 돈을 인출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확인된 편취액은 100만원에 불과하나, 실제로는 같은 방법을 통해 훨씬 많은 금액을 빼돌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