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오승환·유리는 ‘이완구 구하기’ 작전의 용병이었을까

[이슈 인 심리학] 오승환·유리는 ‘이완구 구하기’ 작전의 용병이었을까

기사승인 2015-04-24 11:11:55

"지난 3월에 배우 이민호와 가수 겸 배우 수지, 배우 류수영과 박하선의 열애 소식이 전해졌다. 또 최근에는 야구선수 오승환과 가수 유리가 사랑을 키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연예인 혹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커플 특종이 나오면 꼭 따라 붙는 것이 있다. 바로 ‘음모론’이다.

최근 보도된 오승환과 유리의 열애설 기사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의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성격이 전혀 다른 것 같은 정치와 연예 이슈의 사이에서 대해 ‘음모론’이 제기되는 심리적 배경은 뭘까.

심리학 용어 중에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것이 있다.

이 용어는 미국 오리건대학교의 심리학자인 폴 슬로빅(Paul Slovic) 교수가 최초로 제안한 용어로 인간이 결정하고 판단을 할 때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하지 않고 감정적이고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heutiskein(발견하다)’에서 왔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과정을 풀어나가며 발견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까이거 대충~’ 식으로 비합리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경험법칙(rule of thumb)이라고도 말한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열애설이 나오면, 일단은 뭔가 치명적 사실을 덮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식의 감정적인 판단을 먼저 하는 대중의 모습이 바로 ‘휴리스틱(경험법칙)’이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A상자에는 10개 중에 진짜 반지가 1개가 들어 있고 B상자에는 100개 중에 진짜 반지가 7개 들어있다.

만약 진짜 반지를 뽑는 사람에게는 그 반지를 선물로 준다고 할 때 사람들은 어떤 상자를 선택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B상자’를 선택한다. 10개 중 1개를 뽑을 확률은 10%이고, 100개 중에 7개를 뽑을 확률은 7%인데도 말이다.

다시 말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면 ‘A상자’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1개와 7개를 단순 비교해서 7개가 더 많다는 이유로 B상자를 선택하는 건 감정적이다.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의 현상이다.

정치적인 중요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사건과 더불어 연예인들의 열애설이 터지는 과정을 보면 사람들은 초반에 아무 생각 없이 정치적 이슈보다는 쉽고 재밌는 연예인들의 열애설 기사를 선택해서 본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어렵고 무겁고, 감성보단 논리적 성격이 짙은 정치(인) 이슈 기사는 묻히게 된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고, 이를 목격한 대중들은 ‘정치이슈+열애설 보도’라는 ‘공식’에 익숙해지면서 ‘무감정’에서 ‘감정’으로의 변화를 가지게 된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의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의심을 가지는 대중들이 많고 같은 공식이 반복되는 순간 의심에서 ‘음모론’으로 화석화 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사건(事件)과 사고(事故)를 구분한다.

사건은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일을 말하고 사고는 의도치 않게 일어나는 일을 말한다. 사건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의도적으로 꾸며놓고는 ‘사고’였다고 말하기 때문에 국민들로 하여금 불신을 가지게 만든다. 한 번의 불신을 넘어서 여러 번 반복되는 불신은 ‘음모론’의 핵심 요소로 발전하게 된다. 일종의 심리적 편견을 가지게 만드는 현상이다. 이것은 ‘낙인효과(stigma effect)’라고 한다. 가령 ‘유병언 음모론’은 ‘낙인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대중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면 끊임없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사건을 발생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낙인이 찍혀있다. 대중들은 자연스레 죽음 자체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세월호 안경’을 쓰고 유병언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의 죽음을 발표한 국가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리와 흡사하다. 이 심리적 편견은 국가(정부)가 역사적으로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 전력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심리적인 과정은 그렇다. 국민들이 바라보고 싶은 대로 보기 때문에 음모론은 더욱 단단해 질 가능성이 높다. 영화 찌라시나 부당거래같이 음모론의 과정을 소개한 내용을 보면서 국민들은 논리적인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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