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2세 환아 변형다장기이식 성공

국내 최초 2세 환아 변형다장기이식 성공

기사승인 2015-05-04 11:47: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우리나라 의료역사의 한 획을 긋는 변형다장기이식이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는 현대의학의 꽃인 장기이식분야에서 미국 등 의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 및 위장관재활팀 이명덕 교수를 비롯한 장혜경, 김지일, 김상일, 박재명 교수팀은 위장관 거짓막힘증을 앓고 있던 2세 소아에게 4세 뇌사아의 소화기계 장기 6개를 이식했다.

국내에서 다장기이식을 드물게 시행한 적이 있지만 간을 제외한 변형다장기이식에 성공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출생 후 약 70일경에 뚜렷한 원인 없이 갑작스런 장 폐쇄증상이 나타난 신연호 환아(만 2세 2012년생, 남)는 여러 병원을 찾은 후에야 위장관 거짓막힘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후 공장루을 조성하고 먹지 못하여 모자라는 부분은 별도의 인공영양공급 방법인 재가정맥영양법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위장관거짓막힘증은 소장의 운동성이 약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 및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진행하여 장애범위가 전체 위장관으로 확대되며 이로 인해 영양결핍 뿐만 아니라 정체된 창자속 음식물의 부패와 세균번식, 감염으로 폐혈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신 군이 살 수 있는 길은 제 기능을 못하고 망가진 소화기계 장기를 떼어낸 후 정상적인 다른 사람의 장기로 대체 이식하는 수술밖에 없다. 신 군은 국내 최초 소장이식수술을 성공시킨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에게 이식을 받기 위해 지난 2013년 여름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했다.

검사 결과 간 기능은 아직 정상이어서 간을 제외한 6개 장기의 이식이 필요한 것으로 진단되었다. 즉 간을 함께 이식하는 이식을 ‘다장기이식술’이라 부르며 간을 제외한 장기이식을 변형다장기이식술이라고 부른다.

다장기이식술은 국내에서도 이미 성공한 바 있으나 변형다장기이식술은 간을 떼내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어 이식 장기가 1개 적지만 문합하는 혈관 수도 훨씬 더 많고 보다 정밀한 세부과정이 필요하여 기술적으로는 난이도가 더욱 높아 가장 어려운 복부수술로 손꼽힌다.






이명덕 교수는 이미 2008년에 변형다장기이식으로 명성을 쌓은 미국 마이애미대학 잭슨 메모리얼병원에서 연수하여 기술적인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에 신 군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 후 대기하고 있었다.

철저한 준비를 해 온 이 교수팀이지만 기술적인면 외에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규정상 각각의 장기를 타 기관과 나눠 촌각을 다투고 있는 여러 생명들과 나눠야하기 때문에 한 명의 생명을 위해 여러 장기를 이식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신 군이 앓고 있는 질환 자체가 워낙 흔치 않은 병이었고 2세 밖에 되지 않은 신 군의 복강 크기에 딱 맞춰진 공여자 장기가 나타난다는 것은 어린이 기증자가 극소수인 국내 사정으로 볼 때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도 했다.


2014년 4월 신 군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듯 했으나 뇌사 기증자의 장기 상태가 원만치 못했고 신 군 또한 갑작스런 고열 탓에 안타깝게 포기한 사례가 발생했다. 신 군의 어머니는 이 교수의 진료 때마다 눈물의 하소연이 다반사였다.

지난해 11월 25일 막연한 기다림속에 기적이 다가왔다.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4세의 숭고한 장기 기증자가 나타난 것이다. 신 군과 신체크기가 맞아 장기를 한 덩어리 채로 옮겨야 하는 신 군의 다장기이식에 더 없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혈관이식외과 김지일 교수는 신 군의 이식을 위해 기증자의 장기 적출을 시행했다. 변형다장기이식에는 내장동맥부터 상장간막동맥까지 한꺼번에 대동맥에 붙은 채로 얻지 못하면 혈류를 유지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간, 소장-췌장 및 신장의 혈관 나눔은 매우 예민했다.

더욱이 타 기관에서는 기증자의 심장, 폐,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여간 조심스런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타 기관 의료진들에게 변형다장기이식의 중요성과 어려운 점 등에 대하여 잘 설명하고 이해되어 최대한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명덕 교수가 나선 수혜자 수술은 간을 보전하면서 기타 소화기관들을 절제하여야 했기 때문에 보통 이식보다 복잡하고 정밀성이 필요하며 각 장기들을 이식하며 절단, 문합, 결찰 등이 반복되었다.

총 5군데의 혈관 문합, 담도 연결을 포함한 위장관 부분 5곳 문합, 배설을 위한 장루 2곳 설치, 급식용 장루관 1곳 조성 등 총 13가지의 중요한 독립적 수술과정이 18시간 30분 동안에 이루어졌다.

이식 후 혈류가 이식편에 다시 개통되어 이식된 장기들이 살아나기 까지 냉각허혈시간은 5시간 30분으로 이식된 소장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최대 허용시한인 8 시간 보다 훨씬 일찍 완료되어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신 군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진균성간농양과 폐렴 등 감염증과 일반 고형 장기이식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식편대숙주반응까지 겪는 등 3가지의 위중한 고비를 겪었으나 5개월 이상의 병원 생활 후 드디어 퇴원을 하게 되었다.

현재 하루 식사 필요량의 3분의 2 이상을 입으로 섭취하고 있으며 퇴원 이후 당분간 소량의 정맥영양제와 수액보조투여를 시행하지만 곧 종료하게 된다. 함께 이식된 췌장 기능도 좋아 혈당도 안정되고 혈중 아밀라제는 줄곧 정상 범위를 유지하였다. 1년 후 장루 복원 등의 마무리 수술을 아직은 남겨 둔 상태이나 힘든 고비는 다 넘긴 셈이다.



신 군의 모친 정 모씨는 “아이의 회복만을 바라보며 아이가 수술 받을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면서 지냈는데 수술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졌고 장기간에 걸쳐 아이를 성심성의껏 진료와 수술을 해준 이명덕 교수와 병원의 여러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신 군은 입원생활을 끝내고 지난 5월 1일 오전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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