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사라진 尹정부 금융정책…줄줄이 ‘표류’

동력 사라진 尹정부 금융정책…줄줄이 ‘표류’

제4 인뱅, 예비인가 석 달째 ‘심사 중’
우체국서 은행 업무?…시범 운영 물 건너가나
집값 높일라...‘지분형 모기지’ 시들

기사승인 2025-07-15 06:00:07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윤석열 정부의 주요 금융 정책들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정부 조직 개편에 착수하면서 금융당국의 추진 동력도 약화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커지는 정책 불확실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제4 인뱅, 예비인가 석 달째 ‘심사 중’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4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절차는 석 달째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소호은행, 소소뱅크,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심사는 답보 상태다. 당초 6월 말 결과 발표를 목표로 했지만, 금감원이 제출 자료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면서 일정이 밀린 상태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전날 “신청서는 모두 접수됐지만, 추가 자료 보완이 필요해 6월 말로 잡았던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자료 완결성이 확보되는 대로 심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가 무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감원은 신청자의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실무적으로 검토할 뿐, 최종 결정은 금융위원회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권 교체 이후 인터넷은행 신설의 정책적 명분이 약화된 점이 표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재명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정책 초점을 맞추면서 인터넷은행 확대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중금리 특화 인터넷은행’은 국정기획위 국정과제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인가 심사를 총괄할 금융당국 역시 개편 국면에 들어서 심사 일정이 더욱 불투명해진 모습이다. 정부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와의 역할 조정을 통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장 교체 여부는 물론, 정부 조직개편 방향에 따라 금융위의 권한과 기능이 달라질 수 있어 정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우체국서 은행 업무?…시범 운영 물 건너가나

은행 대리업 역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연내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신청 절차가 본격화되지 않아 일정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일부 은행 업무(예·적금, 대출, 이체 등)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영업점 폐쇄가 급증하면서 고령층과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됐다.

현행 은행법상 예·적금이나 대출 등 고유 업무는 제3자 위탁이 제한돼 있어, 제도 정착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률 개정까지 장기간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이달 중 은행대리업을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근거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시범운영을 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고유업무는 법상 위탁이 제한돼 있어, 제도화 과정에서 법적 부담이 따르고 위탁 대상을 함부로 선정하기도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를 찾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위도 관련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위 은행과 관계자는 전날 은행 대리업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여부에 대해 “7월 내 지정은 어렵더라도 관련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유통사업본부, 은행권과 협의를 거쳐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샌드박스를 통한 지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이 통상적인 혁신금융서비스와는 다르다고도 부연했다. 민간이 제안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 과제로 당국이 주도해 추진하는 형태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형식적인 절차일 뿐, 실제론 전산 개발이나 창구 운영 등 실무 준비가 더 중요하다”며 “현재 사업자 신청이 없어서 지연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집값 높일라...‘지분형 모기지’ 시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밀었던 ‘지분형 모기지’ 역시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제도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청년층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검토됐다. 금융위는 당초 6월 중 로드맵을 발표하고 하반기 1000가구 규모의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분형 모기지는 새 정부 업무보고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후퇴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시장 자극’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맷값이 빠르게 반등하는 가운데 정부가 매입 자금을 보조해주는 지분형 모기지가 ‘추가 자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의원은 “지분형 모기지는 부동산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시범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한 출자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신정부의 주거안정 기조와 배치된다”며 정책 방향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포착된다.  

일각에서는 정책 일정이 줄줄이 어긋나면서 금융당국의 정책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은 인가 기반 업종이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업 전략을 짜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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