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현실’에 두 번 우는 노인 취준생

‘가난’과 ‘현실’에 두 번 우는 노인 취준생

기사승인 2015-05-20 16:45:56
사진=국민일보 김지훈 기자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정말 일하고 싶어요. 시켜만 준다면 어떤 업무든 잘할 자신 있어요”

이제 사회생활에 발을 담그려는 20대 초반 취업준비생의 각오가 아니다.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많은 70대 취업 지원자의 하소연이다. 그 누가 자신이 고단한 노후를 보내리라 예상했을까? 구직을 희망하는 노인들의 뒷모습에는 기대감보다 회의감이 짙었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에서 만난 박모(68)씨는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며 “먹고 살아야 하는데 기초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앞이 캄캄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12년 전 직장에서 은퇴한 이모(72)씨 역시 “집에만 있으니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라며 “사회에 나가서 일하고 싶은데 나이 든 우리를 써 주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임완섭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부연구위원이 보건복지 이슈&포커스에 발표한 ‘최근 빈곤 및 불평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노인 빈곤율은 48.0%였다. 이는 전체 빈곤율 13.7%보다 3.5배나 높은 수치다. 또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2012년 기준 48.5%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회원국 평균의 4배나 된다. 반면 연금 소득대체율은 최하위권 수준이다.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의 박주임 국장은 “하루 취업상담만 50건 이상이고 구직등록자만 연간 1000명이 넘는다”며 “취업을 원하는 노인의 비율이 계속해서 높아져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이 목적의식을 갖고 직업을 알아보는 자세도 중요하겠지만, 기업에서도 이들의 나이나 직종, 직무능력에 대한 편견을 거둬야 하고 은퇴 전 전직준비를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용호 교수는 “노인 절반이 빈곤층인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워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정부의 노동, 일자리, 연금 정책이 등이 모두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족 기능, 부양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하면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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