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어린 사과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의 강찬호 대표는 살균제를 판매·제조한 15개 기업의 책임감 없는 대응을 떠올리며 울분을 토했다. 무려 4년이나 지났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가 530명이나 발생하고 이 중 142명이 사망하는 동안 제조업체들은 피해자들에게 그 어떤 사과나 배상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심 어린 사과’와 ‘현실성 있는 대책’ 두 가지다.
강 대표의 어린 딸은 가습기 살균제로 폐 일부가 굳었다. 발병 초기,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병원을 전전했던 경험보다 분통이 터지는 건 해당 기업들의 대응 방식이다. 강 대표는 “이들이 할 수 없는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으면 사과를 하라는 것”이라며 “어린아이들도 아는 할 줄 아는 걸 왜 그들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가슴을 쳤다.
옥시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과 지난 2013년 밝힌 ‘옥시 제품과 폐 손상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 발표가 지금도 유효한 지에 관한 서면 질문에서 “사건의 인과관계를 떠나 고통 받고 있는 환자나 가족분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드리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5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환경부에 기탁한 바 있다. 해당 기금이 신속히 환자와 가족분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만을 전해왔다.
다른 기업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마트 PB상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롯데 측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며 “소송결과에 따라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가습기클린업’을 판매한 코스트코 코리아는 “본 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을 수 없다”고 일관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 11월 질병관리본부의 동물 흡입 독성 실험과 전문가 검토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흡입 독성 실험을 통해 이상 소견이 확인된 2종, 문제의 제품과 같은 성분이 함유된 3종, 유사 성분이 함유된 1종 등 총 6종류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강제 수거 명령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들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함께 대책 마련에 힘써왔던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당시 해당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제조한 15개 기업 중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 곳은 단 한 기업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해 기업들은 ‘우리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 아니라 폐 손상은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정부 발표를 별개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특히 “기업들의 무대응이 도를 지나쳤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의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가 대표 변론을 하는 그림이 되어버렸다. 다른 기업들은 옥시가 하는 방향을 따라가는 정도이며 일부러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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