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다혈관 관상동맥질환자들에게 관상동맥우회로이식술(CABG)과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중 어떤 치료옵션을 선택할지는 매우 첨예한 문제다.
중재시술분야 학술지 ‘Circulation: Cardiovascular Intervention’ 7월 8일자에는 당뇨병을 동반한 다혈관질환자의 경우 PCI가 CABG보다 초기 사망률과 뇌졸중 발생을 낮추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심근경색이나 재시술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Circ Cardiovasc Interv 2015;8:e002626).
이는 뉴욕주 레지스트리에서 에버롤리무스(everolimus) 용출 스텐트로 시술을 받았던 환자들만 선별해 CABG군과 비교한 것으로, 3년 전 FREE DOM 연구(NEJM 2012; 367:2375-2384)에서 시롤리무스(sirolimus)나 파클리탁셀(paclitaxel) 용출 스텐트가 주를 이뤘던 것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FREE DOM 연구 당시 CABG군에서 보였던 장기간 사망률 혜택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주연구자인 Sripal Bangalore 교수(뉴욕의과대학)는 "FREEDOM 연구 이후 임상에서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어 왔다"면서 "PCI에 쓰이는 스텐트가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점차 환자선호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주 1만6000여 명 대상 PCI vs CABG 장단기 아웃컴 비교
Bangalore 교수팀은 당뇨병이 있는 다혈관 관상동맥질환자들을 에버롤리무스 용출 스텐트 이용 PCI 시술 환자(7326명)와 CABG 환자(8763명)로 나눠 비교했다. 성향점수매칭기법(PMS)을 적용함으로써 각 환자군은 베이스라인 특성이 유사한 코호트로 구성됐다.
일차종료점은 전체 사망률, 이차종료점은 심근경색(MI), 뇌졸중 및 재시술건수로 정했으며, 30일 이내 단기간 아웃컴과 장기간 아웃컴으로 나눠 평가한 점이 특징이다
30일 이내 단기 평가 시 PCI군의 사망률은 42%(95% CI, 0.34-0.98; P=0.04), 뇌졸중 위험도는 86%까지 감소됐지만(95% CI, 0.06-0.30; P<0.0001), 심근경색 발생률은 2배 이상 증가했다(HR=2.44; 95% CI, 1.13-5.31; P=0.02).
장기적으로는 PCI군의 사망자수가 425명(10.50%), CABG군이 414명(10.23%)으로 유사했고(HR=1.12; 95% CI, 0.96-1.30; P=0.16), 뇌졸중은 각각 118명(2.92%)과 157명(3.88%)에서 발생해 PCI군에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2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95% CI, 0.58-0.99; P=0.04).
반면 심근경색 발생건수는 PCI군 260건(6.42%), CABG군 166건(4.10%)으로 PCI군에서 1.64배 높았고(95% CI, 1.32-2.04; P<0.0001), 재시술건수 역시 각각 889건(21.96%)과 421건(10.40%)으로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졌다(HR=2.42; 95% CI, 2.12-2.76; P<0.0001).
단 에버롤리무스 용출 스텐트를 이용한 PCI군 가운데 완전혈관재건수술(complete revascularization)을 받았던 하위군에서는 심근경색 발생률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HR=1.37; 95% CI, 0.76-2.47; P=0.30).
연구팀은 "당뇨병 및 다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에버롤리무스 용출 스텐트가 CABG 대비 단기 사망률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뇌졸중 위험 외에 사망률 면에서는 차이를 내지 못했고, 재시술률 역시 높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차세대 스텐트의 도입, CABG 극복 가능한가?
이번 연구는 새로운 스텐트 도입으로 과연 PCI가 CABG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3년 전 Valentin Fuster 교수(마운트사이나이아이칸의과대학)와 함께 FREEDOM 연구를 주도했던 토론토대학 Michael Farkouh 교수(토론토대학)는 "CABG와 PCI 사이의 사망률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고 표현했다.
PCI와 CABG의 장기 혜택을 구별하기에는 연구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
Farkouh 교수에 따르면 당시 CABG가 PCI보다 사망률과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률을 30%가량 감소시켰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에서 당뇨병과 다혈관질환을 모두 가진 환자에게 CABG를 1등급 적응증으로 권고하게 된 데는 FREEDOM 연구의 공이 컸음이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Bangalore 교수는 "PCI와 CABG는 관상동맥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특정 환자군에서 PCI가 CABG보다 낫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다만 새로운 스텐트가 도입됨에 따라 두 시술간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적어도 처음 30일 동안은 PCI의 혜택이 CABG를 월등히 뛰어넘었고, 장기 추적 시에도 에버롤리무스 방출 스텐트를 이용한 PCI(10.50%)가 CABG(10.23%)와 유사한 수준으로까지 사망률을 낮췄다는 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심근경색 면에서는 장, 단기 여부를 떠나 CABG군의 혜택이 명확하지만, 2개 혈관을 침범당한 관상동맥질환자들이나 완전혈관재생수술(complete revascularization)을 받았던 이들은 예외였다고도 짚었다.
한편 토론토대학 Subodh Verma 교수는 "이번 분석이 FREEDOM 결과와 모순된다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결과와 연속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FREEDOM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PCI군의 5년 사망률이 16.3%, CABG군이 10.9%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만 전체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PCI의 단기적인 사망률 감소 효과는 이미 입증이 됐고, 장기 사망률을 확보할 만큼 관찰기간이 길지 않다는 의미인데, 추적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술 이외 다른 내과적인 위험요인들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해석에 어려움을 준다.
이에 Bangalore 교수는 "당뇨병을 동반한 다혈관질환자들을 진료할 때 두 시술방식이 갖는 위험과 혜택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CABG는 사망, 뇌졸중 위험, PCI는 재시술이라는 선행 위험을 갖는다.
이 점을 환자에게 분명히 설명하고, 환자가 선호하는 방식에 따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Bangalore 교수는 "뇌졸중에 걸리느니 재시술을 받는 게 낫다고 말하는 환자라면 PCI가 적합하다"고 예를 들면서 "단 차세대 스텐트를 이용할 경우 일부 환자들은 사망률 면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안경진 기자 kjahn@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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