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00일의 교훈-①] 메르스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배우기

[메르스 100일의 교훈-①] 메르스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배우기

기사승인 2015-08-01 10:10:55

[편집자 주] 지난 2개월, 약 100여일 간 대한민국을 감염병 공포로 몰아 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정부가 7월말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 선언을 했지만, 메르스는 의료시스템 개선과 감염병 인식 개선과 선진화된 감염병 대책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남겼다. 쿠키뉴스는 메르스로 인한 감염병 확산의 과정과 문제점을 되돌아 보고, 제2, 제3의 메르스(감염병)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짚어본다.

① 메르스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배우기
② 메르스 이후 정부의 감염병 대책
③ 한국의 병원문화와 감염병 무엇이 문제였나

메르스 초기 늑장대처·컨트롤타워 부재 ‘판 키워’… 대비책 세워 제2 메르스 사태 방지해야

[쿠키뉴스=박주호 기자] 두 달 넘게 지루하게 이어지던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국내 메르스 사태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했다. 지난 5월 20일 첫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69일 만이다.

물론 아직 메르스 사태가 최종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최종 환자가 음성 판정을 받는 날부터 28일 후 공식적으로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수 있다. 앞으로 30여일은 더 남은 셈이다.

◇政, 초기 안일한 대응+정보공개 거부 ‘사태 키워’

국내 메르스 사태는 초기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정보공개 거부 등 늑장 대처가 화(禍)를 키웠다. 가정법이긴 하지만 초기 강력한 컨트롤 타워와 초동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36명의 아까운 생명을 잃지 않아도 됐다.

실제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은 한마디로 안일했다. ‘조금 저러다 말겠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다 ‘어~ 어~’하는 사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그때서야 허둥지둥 사태를 수습하기 바빴다. 메르스의 낮은 감염률에만 집중한 실책이었다. ‘낙타고기나 낙타우유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대책과 정부의 방역망을 벗어나 중국으로 출국한 10번째 확진자가 그 대표적인 예다. 감염병 유행 등은 늑장 대응 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과잉 대응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정부는 또 메르스 초기 불필요한 불안만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더 큰 혼란만 야기하는 결과를 가져와 결국 사태를 키운 주요 원인이 됐다. 당시 의료진들조차 정보가 없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이후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 18일, 하루 2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격리자가 2000명을 넘어선 6월 7일에야 정부는 의료기관을 모두 공개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후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나온 카드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의료기관 등 정보 공개 이후 사태는 차차 안정감을 찾았다.

◇초기 컨트롤 타워 혼란… 수장만 4명 바뀌어

정부의 초기 컨트롤 타워 부재와 혼재도 사태를 키운 원인이 됐다. 지난 5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20여일 동안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5/28), 문형표 복지부 장관(6/2), 최경환 총리 대행(6/9) 등 컨트롤 타워 수장만 4명이나 바뀌었다.

여기에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복지부), 청와대메르스방지긴급대책반(청와대),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국민안전처) 등 메르스 관련 본부만 최대 6곳까지 신설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현장에서는 허둥지둥되기 일쑤였고, 급기야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와 다른 독자노선을 선언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이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로 일원화되면서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는 일단락되긴 했지만 일련의 사태는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 방지를 위해 컨트롤 타워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 메르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한 인사는 대뜸 기자에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라고 하면 고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잠시 머뭇거리자 그는 그런 상황이 오면 ‘자신은 외양간을 꼭 고칠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단순하지만 명쾌한 대답이었다.


대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소를 잃기 전에 먼저 대비하는 것이 최선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질책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를 잃고도 방비책을 찾지 않는 것이다. 외양간이 부실해 소가 도망갔다면 문제점을 찾아 그 외양간을 고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야 다시는 도망가는 제2, 제3의 소가 생기는 우(愚)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건 게으르거나 무능력한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한편 국회 메르스 대책특별위원회는 메르스 사태의 원인으로 △감염병 관리 컨트롤 타워 부재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미흡 등 초동대응 부실 △병원명 등 정보 비공개 △삼성서울병원의 부적절한 대응 △감염병 관련 의료 인프라 부족 △간병 등 감염에 취한 병원 문화 △의료자원의 지역불균형 등을 지적했다.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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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기자
epi0212@kmib.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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