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북 확성기 방송에 北 민감한 이유는?

軍 대북 확성기 방송에 北 민감한 이유는?

기사승인 2015-08-15 16:20:55
[쿠키뉴스=박주호 기자] 북한 인민군 전선사령부는 15일 ‘공개경고장’을 통해 최근 우리 군이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군 당국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을 계기로 11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북한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일까.

대북 심리전은 장병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북한군에 골칫거리인 데다 나아가 북한 지도부는 남측의 심리전을 체제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이 보유한 대북 심리전 수단은 ‘자유의 소리’로 불리는 심리전 방송(FM)과 확성기 방송, 전광판, 대북전단 등이 있다.

2004년 6월 4일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북이 선전활동 중지에 합의하면서 모든 심리전도 중단됐다가 FM 방송은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확성기 방송은 지난 4일 발생한 북한의 DMZ 지뢰도발을 계기로 각각 재개됐다.

FM 방송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과 대한민국의 발전상, 남북한 체제 비교, 음악 등 사전에 녹음된 내용으로 1회 4시간, 하루에 3회 정도 진행된다. 하지만 FM 방송은 라디오가 있어야 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에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확성기 방송(고정식)은 출력을 최대로 하면 야간에 약 24㎞, 주간에 약 10여㎞ 거리에서도 방송 내용이 들려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확성기를 통해 북쪽으로 전파되는 방송 내용은 주로 북한 군부 인물 처형 등 북한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을 비롯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 지구촌 소식, 날씨 정보, 음악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북측이 확성기 방송 철거를 강하게 요구한 것은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이 북한군 장병의 사기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사소하게는 ‘오늘의 날씨’부터 깊숙하게는 북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소식까지 거침없이 내보내는 방송 내용에 최전방에 근무하는 북한군 신세대 병사들이 동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체사상과 우상화 교육 등으로 세상물정 모르고 갓 입대한 병사들에게 들려오는 외부 세계의 뉴스는 그 자체로 충격이 될 수 있다.

2004년 평안북도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당시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이 뉴스가 나간 적이 있다.

최전방에 근무한 북한군 병사들이 집에 안부 편지를 쓰면서 이 소식을 편지에 담았고 나중에 부대 검열에서 걸려 문제가 됐다는 일화도 있다.

확성기 방송으로 “인민군 여러분, 오늘 오후에 비가 오니 빨래 걷으세요”라는 내용으로 일기예보를 하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북한군 부대에서 실제 빨래를 걷었다고도 한다.

우리 군은 이번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음향 출력이 뛰어난 이동식 확성기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형 이동식 확성기의 음향은 주간에도 20㎞ 이상 떨어진 곳에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식 확성기는 북한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외에 과거에 철거했던 전광판을 다시 설치해 가동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전광판을 활용한다면 대형 전구를 많이 달아서 우리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북쪽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시내에서 흔히 보이는 LED 화면은 멀리서 보이지 않아 MDL 전방지역에선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최전방에 설치된 전광판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활약을 전해주는 역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대북전단(일명 삐라)도 심리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 군 당국은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거치면서 수 차례 대북전단을 살포한 바 있다.

당시 대북 심리전단지에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북한의 개혁 개방 촉구, 자유민주주의 체제 우월성 등의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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