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8월에만 1000만 영화 두 편… 대체불가능한 조연… ‘신스틸러’ 흥행 보증수표 오달수

[이 형 내거] 8월에만 1000만 영화 두 편… 대체불가능한 조연… ‘신스틸러’ 흥행 보증수표 오달수

기사승인 2015-08-26 09:00: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누구나 맞힐 수 있는 퀴즈 하나. 영화 ‘괴물’ ‘7번방의 선물’ ‘도둑들’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1000만 영화다. 또 있다. 배우 오달수가 나온다.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간과하기도 쉬운 지점이다. 주연도 아닌 조연 기록이라고 무시할 법한 시선을 향해 오달수는 이달 ‘암살’과 ‘베테랑’으로 같은 달 1000만을 돌파한 영화 두 편에 출연한 진기록을 세웠다. 주연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가면서 달성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무시할 수 없는 흥행 수표다.


올 3월 오달수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음성 분석 전문가인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는 CJB청주방송의 최지현 아나운서와 공동으로 오달수의 음성 높낮이와 빠르기, 음색 등을 분석했다. 오달수의 음역대는 264.518㎐(77.037∼341.555㎐), 음의 세기와 발화속도는 54.601㏈과 223개. 조 교수 팀은 오달수는 느리고 낮은 음성에 힘을 싣지 않고 툭툭 던지는 말투로 흥을 거드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달수 음성은 연기와 닮았다. 세지 않지만 강단이 있고 발음이 흩어지지만 귀에 꽂힌다. 튀는 외모로 각인되지만 튀지 않는 연기로 캐릭터 변신에 능하다. 2002년부터 약 60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오달수는 (작품 안에서) 익숙한 모습인 듯한데 식상해지지 않는 기이한 매력을 발휘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기 잘하고 특별한 음성을 가진 배우는 오달수 말고도 많다. 곧 1000만 영화 7편에 이름을 올리게 될 그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과거 한 인터뷰에서 오달수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미있어서 집중하게 되는 작품이라면 따지지 않고 출연한다”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결국 흡인력 있는 이야기 속 캐릭터를 원한다는 뜻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오달수는 21살 때 부산 연희단거리패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지금은 다소 억양이 달라졌지만 강한 사투리를 구사해 1997년 서울로 올라왔을 때 “짐 싸서 내려가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그야말로 생계 때문에 영화에 출연한 그는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가 첫 작품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스타일리스트인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같은 해 개봉됐던 2005년부터 오달수는 충무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가 됐다. 당시 오달수는 “‘올드보이’가 없었다면, 박찬욱 감독님을 못 만났더라면 지금도 오디션 보러 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다음해에는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괴물’ 목소리 연기를 한 것. 오달수는 “괴물의 감정을 숨소리로 표현하는 거였는데 그리 힘들진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지만 봉 감독은 “꼭 달수 형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봉 감독은 괴물 캐릭터에 대해 “연기자에 비유하자면 카리스마 넘치는 최민수보다는 어리숙한 오달수나 권해효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지금이야 대체불가능한 주연급 조연이지만 오달수는 늘 연극 무대를 잊지 않는다.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대표로 매년 1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한다. 2006년 무려 9편의 영화에 출연했을 당시 그는 “연기는 내 삶의 무엇인가? 그것을 항상 의식하면 연기가 달라지고 뭔가가 생긴다”고 말했다.

무려 1억2000만명의 누적관객수를 자랑하는 오달수 연기 인생에 빠질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사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검증되지 않은 그를 연극에 데뷔시켜줬다. 오디션에서 보자마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같이 하자고 한 박찬욱 감독은 영화판 은인이다. 부산에 있던 오달수를 서울로 부른 연출가 조광화와 ‘흉가에 볕들어라’의 극작가 이해제는 친구이자 의형제 사이다. ‘1000만 요정’ 오달수를 현재에 이르게 한 산파들이다.

△코너명: 자랑할 이, 형 형, 어찌 내, 횃불 거.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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