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음주운전→벌금→1군 말소→잔여경기 출장정지… 정성훈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 LG와 KBO

한 달 전 음주운전→벌금→1군 말소→잔여경기 출장정지… 정성훈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 LG와 KBO

기사승인 2015-09-17 00:10: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소 잃고 열심히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내야수 정성훈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두고 SNS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KBO는 16일 음주운전으로 논란에 휩싸인 정성훈에게 잔여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KBO 상벌위원회는 KBO 규약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 3항에 의거, 올 시즌 잔여경기 출장 정지와 함께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상벌위원회 측은 “이번 사건의 경우 정성훈이 음주 후 대리 기사를 이용하였고, 주차를 위해 운전을 한 사실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으나 음주운전 관행을 뿌리 뽑고 선수단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전 사례와 같이 중징계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LG 구단은 KBO 징계가 나오기 전 이미 정성훈을 1군 말소시켰다. 이날 한 매체는 LG 양상문 감독이 정성훈의 1군 말소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LG가 13경기를 남겨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양 감독은 고참 정성훈의 사고 처리 방식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10일 오전 7시쯤 정성훈이 혈중 알코올농도 0.126% 상태로 송파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레인지로버 승용차를 운전하다 적발돼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혈중 알코올농도 0.126% 상태는 면허 취소 수준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성훈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출근을 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외제 SUV 차량이 드리프트(미끄러지듯이 급커브를 도는 것)를 하듯이 들어와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했다”고 경찰에 신고해 적발됐다.

경찰이 도착하자 정성훈은 음주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라이벌팀과의 경기에서 크게 패해 속이 상해 친구와 술을 마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LG트윈스는 서울을 같은 연고지로 하는 두산 베어스에 1대9로 패했다.

정성훈은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을 불러 아파트까지 왔으나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자 대리운전사를 돌려 보낸 뒤 자신이 주차를 하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훈은 일반 도로가 아닌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지는 않았다. 음주운전시 처벌하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벌금형에 약식기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달아올랐다. 정성훈이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그동안 계속 경기에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같은 구단 정찬헌이 음주사고로 구단으로부터 3개월 출장정지와 벌금 1000만원을 부과받은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정찬헌에게 잔여 경기 출장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파문이 계속 확산되자 LG 구단은 15일 부랴부랴 정성훈에게 벌금 10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LG 측은 “정성훈이 면허정지 혹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교통법 대상이 아닌 경미한 건으로 생각하여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며 “정상참작 등을 고려할 수 있으나 벌금 10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상참작’이라는 표현을 두고서도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가열됐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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