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패터슨… 美도주 16년 만에 국내 송환

‘이태원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패터슨… 美도주 16년 만에 국내 송환

기사승인 2015-09-22 20:24: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살인사건 조사를 받다가 본국으로 도피한 미국인 용의자가 16년 만에 국내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태원 음식점 화장실에서 조중필(당시 22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미국인 아서 존 패터슨(36)을 오는 23일 새벽 비행기로 우리나라에 송환한다고 22일 밝혔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패스트푸드 화장실에서 조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이 발생할 때 패터슨은 미국 교포인 이모(36)씨와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조씨를 죽이지 않았다며 엇갈린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그해 두 사람 중 이씨가 혼자 저지른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재판에 넘겼다. 패터슨은 조씨를 살해한 증거를 없애려던 혐의(증거인멸 등)로만 기소돼 이씨와 함께 재판을 받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이씨가 저지른 단독 범행으로 여겨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이용훈 대법관)는 1998년 “이씨가 직접 살해했다고 단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단독 범행으로 인정한 데에는 위법성이 있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송기홍)도 그해 9월 대법원과 같은 이유로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 유족은 검찰에 패터슨을 다시 조사해 달라고 고소했다. 재수사에 나선 서울중앙지검은 2011년 11월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패터슨은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인 1999년 미국으로 도주해 지금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법무부는 미국 정부와 협의해 패터슨이 사는 곳을 파악하고 2009년 미국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미국 사법당국은 2011년 패터슨을 체포해 범죄인 인도 재판에 세웠고 이듬해 10월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이 났다. 패터슨은 그러나 별도로 인신 보호 청원을 제기하는 등 국내로 송환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미국 법원은 패터슨이 낸 보호 청원을 최근 기각하고 재심 신청도 잇달아 기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범죄를 저지르고 국외로 도망간 외국인을 끝까지 추적해 우리나라로 송환하게 돼 의의가 크다”라며 “18년간 미궁에 빠져있던 사건을 해결하고 유족 가슴에 쌓인 오랜 한도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ideae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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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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