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하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 “싸이홈 개편 ‘몬스터’로부터 추억 지키기 위해”

[답하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 “싸이홈 개편 ‘몬스터’로부터 추억 지키기 위해”

기사승인 2015-10-31 04:45: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조상 격이자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은 싸이월드가 ‘싸이홈’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3000만 이용자의 추억과 흑역사를 가지고 있어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이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진 못했다. 갑자기 트래픽이 몰리면서 접속 장애 문제가 발생했고 곧이어 비공개 사진이 노출됐다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또한 모바일 중심 서비스로 나아가기 위해 싸이블로그 등 PC 기반 서비스 일부를 일방적으로 축소해 이용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싸이월드가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통합한 후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29일 오전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싸이월드 사무실을 찾아가 김동운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불편을 겪는 이용자들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죄송할 따름”이라고 입을 열었다. 김 대표는 “싸이월드 속에 있는 추억과 기록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직원들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며 “망할까 봐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갑자기 문 닫을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싸이월드는 2014년 1월 직원들의 개인자금(27억원 정도)을 통해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독립했다. 현재 총 3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는 보통주는 직원들이 균등하게 가지고 있다.

아래는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싸이홈 업데이트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 못 했나?

“싸이월드에서 제공한 미니홈피와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다 불편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하다’ 뿐일 것 같다. 예상은 했다. 저희가 실수한 부분도 있고,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의도는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오해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싸이홈 개편 초기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 무선인터넷전략팀장 일을 맡았을 때부터 싸이월드도 담당했는데 당시에도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상황을 공감하고 ‘미안해’라고 말하는 따뜻한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싸이홈 오픈 이후 이용자들이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은 저희가 경영상으로 처해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반영된 것으로 대표인 저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사실상 일방적으로 싸이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볼 수 있는데?

“벤처 기업이었던 싸이월드를 대기업이 인수하면서 싸이월드가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대기업은 어떻게든 수익을 올려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이 때문에 도토리로 대표되는 수익 서비스의 사이즈가 비대해졌다. 또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다 보니 ‘몬스터’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갖게 됐다.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싸이블로그까지 생겨났다. 결국 이 몬스터 시스템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됐다. 독립 후 자본과 인력이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인터넷 브라우저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사이트 오류가 발생해 수정·복구 비용이 들었다. 또 미니홈피와 블로그 간 적용기술이 달라 이중·삼중으로 작업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대로 가면 이용자들의 소중한 기록들이 사라질 위기였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게시물을 한 통으로 단순화해 효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기존의 복잡한 시스템을 단기간에 새로운 시스템에 옮기려다 보니 순조롭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기존 블로거들은 ULR 검색 노출이 안 되는 문제를 가장 크게 꼽고 있는데 해결됐나?

“검색 노출 부분은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죽 급했으면 그것도 똑바로 못 했을까 싶다. 현재 약 3000만 회원의 기록을 옮기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양이다. 지금도 1000만명 정도의 기록을 옮겼을 뿐이다. 싸이월드에 남긴 기록이 없어지고 검색 노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비스를 개편한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직원들이 오늘도 밤낮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비공개 사진들이 노출됐다는 논란이 있는데 싸이월드 측은 오해라고 했다. 어떻게 된 것인가?

“이 부분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미니홈피 프로필(대문)에 사진을 올릴 수 있었는데 이 사진이 보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이용자가 사진첩 폴더의 사진을 비공개 설정했더라도 지나간 프로필 사진을 삭제하지 않으면 전체공개인데 해당 이미지 파일들이 싸이홈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잘 보이게 된 것이다.”

-콘텐츠들을 타사 블로그로 한꺼번에 옮겨갈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이용자들이 옮기기 편하게 하는 작업을 하기보단 옮기고 싶은 마음을 없어지게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싸이월드 블로그만 이용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네이버블로그와 병행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 네이버블로그로 내보내기 기능까지 넣으려고 하고 있다. 이용자 성향에 따라 일촌들하고만 소통하는 것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나아가 타사 블로거까지 동시에 게시물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글쓰기 방식은 페이스북과 비슷하다. 지향하는 완성형은?

“저희 철학은 페이스북과 많이 다른데 첫걸음을 뛴 부분만 보고 그렇게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 저희는 개인의 영역이 침해되는 부분을 배제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다만 기존의 미니홈피와 블로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 방식과 홈페이지 형태 등은 이용자와 소통을 통해 개선해나갈 것이다.”

-싸이홈의 비전과 전략에 대해 말해 달라

“블로그형보다는 개인이 일상을 담을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해 개인의 역사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용자가 일상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을 때를 위해 페이스북 등 SNS와 다른 플랫폼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이용자와 만나보면 마음에 따뜻해질 때가 많았다. 이용자들 간 교류가 있다는 점이 싸이블로그의 강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싸이홈이 지켜야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가져갈 예정인가

“싸이홈에도 광고가 붙지 않을 수 없다. 특화된 포지셔닝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형태로 가면 수익 안정화는 어렵지 않으리라고 본다. 이용자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고 그 공간에서 파생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나간다면 괜찮을 것이다. 다만 과거 싸이월드가 각종 수익화 시스템을 확대하다 실패했던 점을 참고해 천천히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페이지뷰는 집계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가 공개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다만 개편 전에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적정 수준이 유지됐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지난해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분사될 때 ‘싸이월드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와 불안해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싸이홈이 당장 내일 문 닫은 일은 없을 것이다. 이용자들이 저장한 기록들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추억들을 돌려드릴 생각이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 주요 이력

2014.01 ~
㈜싸이월드 대표이사

2005.01 ~ 2013.12 - SK컴즈 싸이월드전략그룹장, 컨버전스사업부장, SKT Holdings America Director, N-TF장 등

2000.09 ~ 2004.12 - SK Telecom 기업전략팀,모바일 싸이월드 담당 등

Michigan State University 정보통신경영 석사

ideaed@kukinews.com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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