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박병호에게 얼마나 베팅할까… 류현진·강정호만 웃은 포스팅 잔혹사

과연 박병호에게 얼마나 베팅할까… 류현진·강정호만 웃은 포스팅 잔혹사

기사승인 2015-11-03 00:10:05
넥센 히어로즈 제공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류현진과 강정호 말고는 KBO리그에게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은 잔혹사에 가까웠다.

포스팅은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선수가 구단의 동의를 얻어 메이저리그팀에 이적할 수 있는 제도다. 가장 높은 이적료를 제시한 구단이 해당 선수 영입을 위한 우선 협상권을 얻는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포스팅에 도전한 선수는 이상훈(1998년·LG 트윈스)이었다. 최고 응찰액 60만 달러로 미국 진출을 포기했다. 진필중은 2002년 2월과 12월 두 번 포스팅을 신청했다. 2월에는 응찰 구단 자체가 아예 없었고, 12월에는 응찰액이 2만5000달러에 그쳤다. 함께 도전한 임창용(삼성 라이온즈)은 65만달러였다. 기대에 못 미친 금액이 나오자 삼성과 두산은 수용을 거부했다.

최향남(2009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미국 무대를 밟은 케이스다. 응찰액 101달러에 미국으로 건너간 최향남은 끝내 메이저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한국 프로야구 자존심은 류현진(2012년·한화 이글스)이 세웠다. 류현진은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팅 금액 4위에 해당하는 2573만7737달러33센트를 제시한 LA 다저스와 협상을 벌여 결국 6년간 총액 3600만달러짜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KBO리그 최초의 메이저리그 직행이었다.

류현진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투수들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현역 최고 좌완으로 꼽히는 김광현(SK 와이번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지난해 포스팅을 신청했지만 응찰액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김광현은 응찰액 200만달러를 받아들이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협상에 임했지만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SK에 잔류했다. 양현종은 크게 낮은 포스팅 금액(150만달러 추정) 때문에 KIA 구단이 수용 불가를 선언했다.

투수 자존심을 류현진이 세웠다면 야수 자존심은 강정호(넥센 히어로즈)가 세웠다. 강정호는 응찰액 500만2015달러를 적어낸 피츠버그와 협상해 계약 기간 4+1년에 최소 1200만 달러, 최대 165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꿈에 무대에 진출했다. KBO리그 야수 사상 최초였다.

한편 넥센은 2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박병호에 대한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공식 요청했다.

KBO로부터 강정호의 포스팅 신청을 전달받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0개 구단에 이를 공시한다. 공시한 날짜부터 4일 동안 강정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구단들이 입찰액을 적어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7일 새벽에 가장 높은 금액을 KBO에 통보하고, KBO는 넥센에 이를 전달한다. 넥센은 9일 포스팅 수용 여부를 논의한 후 최종 결정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넥센이 포스팅 최고 응찰액을 수용하면 KBO로부터 구단명을 통보받고 박병호의 공식 에이전트인 옥타곤 월드와이드가 박병호를 대리해 30일 동안 연봉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홈런, 타점왕을 차지한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 타자다. 만약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지난해 강정호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두 번째다.

넥센은 강정호의 진출 때와 다른 작전을 짰다.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이 끝난 후인 지난해 12월15일 포스팅을 신청한 강정호와 달리 한 달 이상 시점을 앞당겼다. 올 시즌 내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몰고 다닌 박병호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평이다. 최대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 정책을 취하고 있는 넥센은 올해 넥센타이어와 계약이 종료될 것이 유력하다. 최근 일본계 금융회사인 J트러스트 그룹과 계약을 추진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넥센 입장에선 박병호 포스팅 금액 자체가 내년 운영 자금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박병호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2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호의 데뷔 첫 해 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

뉴욕 메츠 단장 출신인 짐 듀켓은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으로 2000만달러를 예상했다. 박병호는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500만2015달러)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아시아 출신 야수 포스팅 신기록도 관심거리다.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42·마이애미 말린스)는 2000년 말 일본 야수 중 최초로 포스팅을 신청했고 1312만5000달러를 제시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이치로 이후 1000만 달러 이상 포스팅 금액은 없었다. 니시오카 쓰요시(2010년 미네소타·532만9000달러), 강정호, 이와무라 아키노리(2006년 탬파베이·450만 달러), 아오키 노리치카(2011년 밀워키·250만 달러)가 뒤를 잇고 있다.

반면 투수는 야수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위 다르빗슈 유(2011년 텍사스·5170만3411달러), 2위 마쓰자카 다이스케(2006년 보스턴·5111만1111달러11센트), 3위 이가와 게이(2006년 뉴욕 양키스·2600만194달러), 4위 류현진(2012년 LA 다저스·2573만7737달러33센트), 5위 다나카 마사히로(2013년 양키스·2000만 달러) 등이 포스팅 2000만달러를 넘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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