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전날인 2일 오후 5시쯤 잠실동 소재 한 호텔에서 부산에 적을 둔 폭력조직 칠성파의 행동대장 K씨(56)가 결혼식을 올렸다. K씨는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에게 “칠성파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으니 수익 일부를 달라”고 협박해 약 3억원을 뜯어냈다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이날 K씨의 결혼식엔 칠성파 조직원 90여명을 비롯해 타 조직의 간부 등 총 250여명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가수 겸 연기자인 손지창씨와 김민종씨도 결혼식 사회와 하객으로 참석했으며, 각계 인사들의 화환이 한가득 쌓여 눈길을 끌었다.
사실 칠성파가 연출한 이런 광경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에 두목 이강환의 아들 결혼식 때도 상당수의 인기 개그맨과 가수들이 참석했고, ‘축하 공연’까지 있었다. 또한 각계각층 인사의 화환은 물론 유명 연예인의 화환만 80여 개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례는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였다.
칠성파는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이다.
그동안 나온 칠성파 관련 언론보도들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칠성파는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부산의 암흑가를 지배해왔다. 전후 황폐화된 다른 지역들과 달리 전쟁의 참상을 비켜간 부산은 오히려 전국 곳곳에서 돈이 몰리면서 ‘호황’을 맞이했고, 어둠의 세력 또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칠성파는 면세유 유통과 유흥업소 관리 등의 이권에 개입하면서 세를 불렸다. 1957년쯤, 현 두목인 이강환의 손위 동서가 ‘세븐 스타’라는 명칭으로 처음 조직을 결성했다. 이후 국내 3대 폭력 조직인 서방파와 양은이파, OB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되자 칠성파는 1980년대 후반에 새로운 보스를 맞이했다. 그가 바로 이강환이다.
칠성파는 부산의 군소 조폭들을 깨뜨리거나 흡수하는 방식으로 조직의 덩치를 키웠다. 1988년에는 일본 야쿠자 가네야마조와 의형제를 맺는 등 국제 조직과의 연대도 강화해갔다.
이강환과 간부급 조직원 대부분이 1990년 노태우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정책으로 구속됐을 때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남은 조직원과 추종세력들은 이강환의 ‘옥중 지시’를 받아가며 칠성파를 재건시켰고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dani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