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의 커밍아웃, 정략적 발언일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의 커밍아웃, 정략적 발언일까?

기사승인 2015-11-06 14:10:55
사진=선거운동본부 제공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지난 5일, 서울대학교 제58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보미씨(23·소비자아동학부 12학번)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레즈비언’이라 밝혀 화제를 모았습니다. 선거공보에서 내건 공약을 소개하는 공동정책 간담회 자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그녀는 “사람들이 가진 각자의 모습을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하며,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레즈비언입니다”라 깜짝 발언을 했습니다.

김 씨가 당선되면 서울대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성소수자가 총학생회장이 되는 겁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 ‘커밍아웃’ 한 성소수자일 수도 있겠습니다. 성소수자임에도 밝히지 않은 전 총학생회장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김 씨는 간담회 자리에서 자신이 성소수자로 살아온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개인의 성적 지향은 사적 영역의 이야기이기에 굳이 선거 출마를 결심하며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라면서 “하지만 평소 학교생활에서 성적 지향은 필연적으로 언급될 수밖에 없으며 그 때마다 일일이 사실 그대로 얘기하기 어렵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느 순간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커밍아웃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생활이나 관점 전반이 바뀌는 경험을 했고, 이는 총학생회장으로서 학교에 불러오고 싶은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후보 김보미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은 김보미가 가진 여러 요소 중 단지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며, “우리가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불문하고 힘을 모아 일해 나가는 동료라는 점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모든 삶이 그 자체로 아름답게 인정되는 공동체가 제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이자 방향성입니다. 오늘 출마와 함께 여러분께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씨가 소속된 선거운동본부 ‘디테일’의 이번 슬로건도 ‘다양성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간담회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학생 40여명은 김 씨의 커밍아웃에 큰 박수로 응답했습니다.

‘차이’ 내지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중요한 덕행 중 하납니다. 비단 성소수자뿐 아니라 새터민, 다문화, 미혼모, 종교적 소수자 등에 관한 논의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고, 비껴갈 수 없는 이야깃거리죠. 그런 점에서 그녀의 결단은 많은 함의를 던져줍니다.

물론 그녀를 보는 부정적 시각도 있습니다. 몇 달 전 시내 한복판을 활보한 퀴어 축제를 바라보던 대중의 시선도 이와 비슷합니다. ‘소수자의 해방’ 혹은 ‘표현의 자유’란 미명 하에 특권의식을 갖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녀가 선거를 앞둔 후보자란 점이 그런 의심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그러나 이번 총학생회 선거는 ‘단독 출마’입니다. 오는 16~19일 본 투표가 진행되면 투표율 50%, 찬성 의견 50%을 넘었을 때 당선됩니다. 그렇다면 대개 이미지관리 차원에서라도 파격 발언 같은 건 삼가는 게 정상입니다. 누군가 경쟁상대가 있고, 이쪽이 열세일 때 정략적으로 흔히 파격 발언을 하곤 하죠. 그런 점에서 그녀의 발언은 어느 정도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는 듯합니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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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니엘 기자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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