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더 늦출 수 없다”에 여야정부 공감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추가 추진

일부 종교단체 “종교 감시?탄압 말라” 입장 여전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종교인 과세’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사안임이 재확인됐다. 작년 새누리당이 유예 신청하여 1년간 협의를 거친 종교인 과세, 정부와 국회는 간담회를 통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임을 확실히 했다.

지난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는 본격적인 여야 '세법전쟁'에 돌입했다. 종교인 과세, 업무용 차량 비용처리 기준 마련 등 사회적으로 질타의 대상이 된 이슈들에 대한 논의가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 법인세율 인상안 등 야당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온 '부자증세'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계륵’처럼 여겨졌던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합심한 듯 지체없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강석훈 위원장은 “어제부터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진전도 있었다”면서, “상당수 의원들이 자진하여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회는 일부 종교 단체들이 여전히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더불어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강 위원장은 “종교계 의견이 정리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종교계 의견을 기획재정부가 한 번 더 수렴하고, 반대하는 의견을 조세소위에서 청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 조세소위는 지난해에도 의견조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었다. 하지만 간담회 자리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반발이 심해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또 다시 ‘1년 유예’가 된 이유다.

그러나 올해에는 설령 종교계 설득에 실패해도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국회 조세소위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종교인 과세를 늦추기 힘들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간담회에서 종교인들이 반대해도 의견을 청취한 후 종교인 과세를 바로 처리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현재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는 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으로 내년부터 바로 실현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지금까지 ‘종교계에서 납득 가능한’ 조율을 위해 유예해왔다. 특별히 정부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을 신설하는 수정안을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 제출한 상태다. 조세소위는 올해 안에 정부의 수정안을 처리할 것인지, 종교인 과세 시행령을 더 연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의 수정안에 따르면 종교인들의 수입 중 20∼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필요 경비율은 소득 4,000만원 미만은 80%, 4,000만원∼8,000만원은 60%, 8,000만원∼1억 5,000만원은 40%, 1억 5,000만원 초과는 20%다.

그러나 종교계는 종교소득이 현 종교계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단체들은 종교인 과세를 ‘근로소득’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일부 기독교단체들은 ‘기타소득’에 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는 “과세 자체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과세를 통해 종교를 탄압하려는 정부의 노림수”라는 입장으로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정부는 “종교단체 감시와 같은 의도는 일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들은 쉽사리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dani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