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업무용 차량 편법’을 알고 계십니까? 이는 쉽게 말해, 개입사업자가 차를 구입할 때 ‘업무용’으로 신고해, 구입비와 유지비를 일체 사업비 처리하여 세금을 덜 내는 일종의 ‘꼼수’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장님들이 ‘업무용 차량’을 개인용도로 써 왔죠. 일반 직원들에게 그런 권리가 있을 리 없고, 말 그대로 사장님들의 ‘탈세를 위한 법’으로 악용돼왔던 겁니다.

업무용 차량을 개인용도로 쓰는 건 불법입니다. 이 행동이 아무런 제재 없이 횡행하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악법’이 됩니다. 한때 신문과 방송, 누리꾼들은 이와 관련해 법 개정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는 이번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조세소위)에서 개정안을 다루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업무용 차량을 아예 없애는 대신 적절한 규제안을 마련한다고 했죠.

그리고 지난 11일, 조세소위에서 그 뚜껑이 열렸습니다. 정부에서 내놓은 안은 차량 취득 및 관리비를 손금에 산입하기 위해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등 손금산입 요건을 강화해 탈세를 막는 방식입니다. 즉 ‘업무용 차량’ 사용에 관한 개개인의 세금산정 방식의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현행 세법에서는 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에 한해 차량가격은 물론 각종 세금, 보험료, 기름값, 통행료 등을 5년 동안 전액 한도 없이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정부에서 제안한 세법개정안에서는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 등 일정요건을 충족한 업무용 차량에 한해 리스료와 통행료 등 승용차 관련 비용의 50%를 경비로 인정합니다. 또 운행일지를 작성하면 그 비율만큼 추가 비용을 인정받을 수 있고, 기업로고를 부착할 경우 운행일지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비용의 100%를 경비처리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얼마까지를 손금산입으로 인정할지 그 한도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부안처럼 금액제한 없이 손금산입 요건만을 강화할 경우, ‘업무용 차량’이 사적으로 쓰일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허울뿐인’ 개정안인 거죠.

조세소위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야를 막론하고 터져 나왔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은 법인이 구입, 리스, 렌트한 업무용 차량에 대해 세법상 필요경비 인정액을 3000만원 한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고,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은 업무용 차량 1대당 4000만원 한도 내에서 구입비용을 회사 경비로 인정하는 안을 발의했습니다. 일각에선 업무용 차량의 경우 차량 구입비용 상한액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조세소위에선 정부에서 제시한 안을 ‘보류 판정’ 내렸습니다. 여야의 반발에 정부는 ‘검토’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손비인정한도를 두는 것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 제한 등 ‘경비처리’에 상한선을 두면 고가의 수입차량에 대한 차별로 인식, ‘통상 마찰’이 불거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모양샙니다.

‘편법’도 법이라지만 부정이 뚜렷하면 고치는 게 도리일 텐데, 그게 또 오래 굳으니 쉽사리 바꿀 수 없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사장님들의 편안한 출퇴근을 지켜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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