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기자와 살인자’

[신간] ‘기자와 살인자’

기사승인 2015-11-20 16:04: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한 남자가 아내와 두 딸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투옥됐다. 살인자는 범죄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다. 이 사건을 4년이 넘도록 밀착 취재한 어느 르포 기자는 살인자와 친구가 됐다. 살인자는 기자가 자신의 결백을 세상에 알려주리라 믿었다. 취재를 바탕으로 출간된 책에서 기자는 그를 냉혹한 살인마로 묘사했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상처받은 살인자는 기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저자 재닛 맬컴은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모두 인터뷰하고 자료를 정리해 ‘기자와 살인자’라는 제목으로 ‘뉴요커’에 기사를 게재했고 책으로도 출간했다. 그 결과 ‘기자와 살인자’는 언론의 본질과 기자의 도덕성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프랑스에서 주요 저널리즘 저서에 수여하는 ‘아시스 상(Prix des Assises)’도 받았다.

“소설가는 논픽션 작가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 소설가는 자기 집의 주인이고 그 안에서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아예 그 집을 무너뜨려도 된다. 그러나 논픽션 작가는 집에 처음 들어갔을 때와 똑같은 상태로 떠나라는 임대 계약서의 조건을 지켜야 하는 세입자에 불과하다. 가구를 들여오고 원하는 대로 가구를 배열하고 조용히 라디오를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집의 기본 구조를 건드리거나 건축 구조를 함부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 논픽션 작가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실존 인물만을 다루기로 독자와 계약한 상태이고, 그런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사실을 윤색해서는 안 된다.” (p.206)

후기에서 저자는 인터뷰 대상이 구어로 전한 내용을 기자가 문어로 전환하는 ‘편집’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실 속의 사실’과 ‘글로 편집된 사실’ 사이의 괴리에 주목한다. 독자는 기자의 글이 ‘사실’을 그대로 옮겼다고 믿으며 읽지만 필연적으로 그 글은 기자의 머릿속에서 이미 ‘편집된’ 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자는 묻는다. 기자의 글이 말하는 진실은 사건과 취재 대상의 진실인가, 아니면 그것들을 자기 글로 풀어낸 기자의 진실인가.

재닛 맬컴 지음 / 권예리 옮김 / 이숲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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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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