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조선업종 주가가 급등세를 선보이고 있다. 정부가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위한 핵심 안건으로 조선 분야 사업 협력 방안을 제시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조선업종이 역대 최대 호황기에 진입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선업종 대장주인 HD현대중공업 주가는 이달초 40만75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47만3500원으로 16.19%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22.84%), 삼성중공업(11.68%)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는 이달초 부진했던 주가 흐름에서 탈피한 셈이다. 당시 조선주들은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주가 하락세를 겪었다. 일례로 HD현대중공업은 이달초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해 지난 4일 종가 기준 37만2000원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그러나 전날 종가 기준으로 27.28%까지 오르면서 하락분을 뛰어넘은 오름세로 전환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은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한 조선주는 7월 초 차익실현 매물로 인한 조정 국면을 겪었지만, 이는 산업 펀더멘털이 아닌 수급 및 심리 요인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급등세는 오는 8월1일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열린 한미 간 협상에 한국 정부가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점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골자로 한 조선 산업 협력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관세 협상의 일환인 한국의 대미 조선업 투자는 4000억달러(한화 550조원) 규모로 검토 중이다. 해당 투자에는 미국 현지 조선소 설립 또는 인수, 중소형 기자재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현지 조선업 허브 구성, 상선 및 함정의 공동 모듈러 건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한 하루 전인 오는 7월31일 베센트 장관과 만나 1+1 통상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관련해서 한국 정부 또한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을 포함해 미국 내 상선·함정 조선소 설립 및 투자와 같은 일본과 유사한 내용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주들의 호실적도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4일 올해 2분기 매출액 2조6830억원, 영업이익 204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기준 시장 예상치를 12%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이다. 한화오션은 전날 올 2분기 매출액 3조2941억원, 영업이익 371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9% 증가,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아직 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조선주도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매출액 4조1097억원, 영업이익 4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1%, 138.27% 증가할 전망이다. 이달 들어 HD현대중공업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증권사 가운데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상상인증권, SK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증권가에서는 조선주가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건국 이래 조선업은 최고 호황기에 진입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라며 “실적과 수주, 상승 동력의 삼박자가 모두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선소들의 선종 구성은 고부가가치선인 LNGc, LPGc, 컨테이너 위주다. 더불어 과거와 달리 미국발 상승 동력도 기다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과거 대비 기업 가치 평가를 위한 배수 지표가 높아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 조선업종을 매수하기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도 국내 조선주에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네덜란드 자산운용사인 로베코자산운용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지난 17일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은 원전 공급망, 전력망, 방위산업 등 특정 영역에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라며 “조선업종도 향후 장래를 봤을 때 유망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창출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