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최근 가요계의 앨범 프로모션은 정말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한 온라인 앨범 발매 기념 공연부터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 있는가 하면, 앨범을 판매하기 위해 9명의 멤버가 속한 아이돌그룹 엑소는 앨범을 9종으로 발매해 판매고를 올렸죠.
그러나 누구도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의 방식은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루시드폴은 11일 오전 2시홈쇼핑 채널 cj오쇼핑을 통해 등장했습니다. 홈쇼핑이라니! 서울대 출신 싱어송라이터, 박사 학위가 있는 뮤지션 등으로 회자돼 온 루시드폴이 홈쇼핑에 등장한다니!
언뜻 생각해보면 잘 연결이 되지 않는 둘입니다. 그러나 루시드폴의 이 같은 ‘파격 행보’는 전후사정을 알고 보면 웃음이 터져 나오는 귀여운 프로모션이었습니다. ‘귤이 빛나는 밤에’라는 이름으로 40분간 방송된 정규 7집 음반 ‘누군가를 위한’의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은 7집 한정판의 판매 채널이기도 했죠. 루시드폴은 2014년부터 제주도로 이사해 귤 농사를 짓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귤 모양의 깜찍한 모자를 쓰고 나타난 루시드폴은 이날 “지난 2년여 간 기록한 감정의 응축을 노래, 글, 사진으로 담아낸 뒤에 직접 재배한 귤까지 한 데 모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먹는’ 체험을 통해 그 감성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직접 쓴 동화책과 음반, 직접 농사지은 귤까지 함께 포함된 한정판 앨범 1000장을 소개했죠.
이뿐만 아닙니다. 홈쇼핑에는 상품 소개가 빠질 수 없죠. 루시드폴은 앨범 주문 전화를 상담원들이 받는 동안 쇼호스트 대신 정규 7집 타이틀곡 ‘아직, 있다’를 불렀습니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윤성의 연주로 ‘집까지 무사히’도 들려줬죠.
같은 소속사인 안테나뮤직의 다른 식구들도 이 재미난 자리에 참석해 방송을 더욱 풍성하게 꾸몄습니다. 소속사의 수장인 유희열을 비롯해 정재형, 페퍼톤스, 박새별, 이진아, 정승환, 권진아 샘김 등 안테나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정재형이 공연 내내 뒤편에 앉아 하염없이 귤을 까먹는가 하면, 페퍼톤스의 이장원·신재평은 홈쇼핑 상담원을 자처하고 나서 직접 고객들과 전화통화를 나눴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아티스트들 모두 홈쇼핑 모델처럼 귤을 먹고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유발했죠.
그래서 루시드폴의 판매성적은 어떨까요. 놀랍게도 완판입니다. 음반 판매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루시드폴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셈입니다. 물론 충실한 음반 내용도 한몫했죠. 루시드폴의 신보 ‘누군가를 위한’에는 무려 15곡이 수록됐다고 하네요. 미니 앨범, 디지털 싱글 등 음반의 가치가 점점 하락하는 가운데 음악인으로서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은 ‘누군가를 위한’은 오는 15일 발매된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한정판은 매진이지만 일반판도 이쯤 되면 흥미가 생기지 않으세요?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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