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윤석은 ‘박근혜당’ ‘경상도당’이라고도 해 보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윤석은 ‘박근혜당’ ‘경상도당’이라고도 해 보세요

기사승인 2015-12-15 13:38: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이윤석이 야권을, 그것도 ‘전라도’ ‘친노’ 등 원색적으로 논했다고 하길래 처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치킨 게임’이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막을 내려 야권 재편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국회의원 이윤석이 아니라 개그맨 이윤석이었습니다.

이윤석은 9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강적들’에 출연, 새정치연합의 내부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다 “야당은 전라도당이나 친노당이라는 느낌이 있다”며 “저처럼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은 기존 정치인이 싫다”고 말했습니다.

이윤석이 내놓은 소위 ‘야권론’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곧바로 달아올랐습니다. ‘지역 감정 부추기나’ ‘박사 출신이 왜 저러나’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수도권에 야당 의원이 얼마나 많은데’ ‘정의당은 무슨 죄인가’ 등 날선 비판도 쇄도했습니다. 안 전 대표의 탈당 문제로 최근 야권 성향 지지자들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운 것도 분노를 키우는데 기름을 부었습니다.

‘강적들’에 함께 출연중인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이 방송을 같이 녹화하고, 또 본방송을 봤지만 이걸 이렇게 앞뒤 잘라서 비판하기는 어렵다”며 “‘친노당’이라는 표현이 거슬린다면 이종걸 원내대표가 자조적으로 당내에서도 쓰는 말이고, ‘전라도당’이라는 표현이 거슬린다면 문재인 대표도 부산에서 본인이 정치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설명하면서 썼던 표현”이라고 이윤석을 감쌌습니다. “야당이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결론”이라고도 했습니다.

시사평론가이자 정의당 당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윤석 발언. 다소 거슬리긴 하나, 하차 요구하거나 그러지 말았으면.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해야 합니다”라며 “이 정도의 발언에 시비를 걸면, 반대편에서도 비슷한 시비를 걸 것이고, 그러면 우린 아무 말도 못하게 됩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 위원장의 ‘이윤석 일병 구하기’나 진 교수의 ‘표현의 자유’ 강조 모두 일견 타당합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경상도당’ ‘박근혜당’ 등이라고 조롱한다면 청와대나 여권이 가만히 있을까요? 또 진 교수 지적처럼 어떤 부분이 거슬리는지 이윤석은 알고 있을까요?

TV조선과 새정치연합의 태도도 아쉬움이 남긴 마찬가지입니다. ‘전라도당’ ‘친노당’이라는 표현을, 그것도 새정치연합에 국한하지 않고 야당이라고 통칭했는데도 편집없이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툭하면 방송인들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윤석의 발언을 두고 어떠한 반응 하나 나오지 않는 새정치연합을 두고선 한심, 그 자체라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아무리 당내 분란이 심각하다지만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시선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도 있는데 손을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연일 호남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안 전 대표와 천정배 신당 등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윤석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야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인데 십자포화를 맞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동안 이윤석은 각종 방송 발언으로 논란이 돼도 너무 많이 됐습니다.

인터넷에는 △2006년 5월 SBS ‘야심만만’ 고양이 건강 음식 추천 논란 △2006년 8월 SBS ‘야심만만’ 애완견 상상임신 발언 논란 △2008년 9월 tvN ‘180분’ 배우 이민영 폄하 발언 논란 △2013년 10월 KBS ‘가족의 품격-풀하우스’ 여성 비하 발언 논란 등을 모은 게시물이 떠다닙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8월 ‘강적들’에서 “친일파 청산 실패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안타까워했다”며 “다만 지금 와서 환부를 도려내고 도려내다 보면 위기에 빠질 수 있으니까 상처를 보듬고 아물도록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게 중요하죠”라고 말해 친일파 옹호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KBS ‘역사저널 그날’ 하차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입니다.

이윤석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니까요. 다만 앞으로 후폭풍이 염려될 발언을 할 때에는 제작진에게 편집을 미리 요청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괜히 동명인 이윤석 의원에게 민폐만 끼치잖아요.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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