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평소 트위터로 네티즌들과 활발하게 소통했습니다. 단순히 온라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도 가지며 기업에 대한 의견을 끊임없이 청취했습니다. 트위터 상에서 몇몇 논란은 있었지만 SNS로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데 두산 홍보실 못지않은 역할을 해냈습니다. 국내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 분명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박 회장은 2011년 6월 트위터에 “어제 오늘 입사지원자 최종 면접을 했다. 면접을 끝내고 나오다 마지막 면접자를 복도에서 만났다”며 “그래서 내친 김에 ‘합격했어요. 축하해요’라고 그 자리에서 가르쳐줬더니 너무 좋아서 울면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고 적었습니다. “나도 행복하다”고도 했습니다. 합격한 이 직원이 어느 계열사 소속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두산인프라코어 소속이라면 3~4년차로 올해 ‘희망퇴직’ 대상입니다.
14일부터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두산인프라코어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회사 측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국내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월과 9월, 11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 희망퇴직입니다. 이미 800여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번 구조조정에선 전체 사무직 가운데 40%가량을 내보낼 예정입니다. 최대 80%까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부서도 있고, 아예 없어지는 부서도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출근한 신입 사원들 중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까지 사원·대리급 90% 전멸’ ‘29살에 명예퇴직’ ‘최연소 명퇴 기록 갱신중’ 등 직원들의 하소연이 삽시간에 봇물처럼 쏟아지자 네티즌들은 격앙됐습니다. 최근 청년 실업 등 노동 관련 이슈가 많아 예민한 온라인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두산그룹의 ‘사람이 미래다’ 광고 카피는 졸지에 조롱거리로 전락했습니다. ‘미래에도 사람이 계속 태어나니 빨리 자르는 듯’ ‘미래의 90%를 해고했네’ 등 비아냥이 터져나왔죠.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우승에 대해서도 ‘미라클 두산, 미라클 명퇴’ ‘뚝심의 구조조정’ 등 비판이 가득합니다. 특히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현수와 오재원을 두고선 ‘200억도 안 아까운 계열사’ ‘직원 잘라서 야구선수 연봉 주고’ 등의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도 기업 이미지가 올라가기는커녕 급락한 셈입니다.
논란이 계속 확산되자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입사원들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과 관련해 신입사원은 제외할 것을 계열사에 지시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새벽에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과 관련해) 신입사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계열사에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회장은 “캐타필라사가 3만명의 감원을 실시할 정도로 건설기계업이 예상치 못한 불황이 빠졌다”면서 “계열사 차원에서 위기감이 절박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절박한 위기감은 이해하지만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하지는 않도록 했다”면서 “계열사에서 곧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입사원의 구체적인 연차에 대선 “1∼2년차 정도가 아니겠느냐”면서 “다만 (내가)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선을 그을 수 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